개딸 '수박깨기'에 '李사퇴 청원' 맞불 … 민주당 진퇴양난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3. 3. 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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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중단 촉구"도 안먹혀
체포안 부결후 1만명 입당 러시
숨죽이던 비명 지지자 목소리
'李 사퇴 청원' 3000명 동의
공천 엮인 혁신안도 갈등소지
'샤이 비명계' 입장정리 주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인천광역시 동구 현대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로 본격 표출된 당내 갈등이 친명(친이재명) 지지자와 비명(비이재명) 지지자 간 싸움으로 번지는 등 점입가경이다.

이 대표와 지도부가 직접 나서 내부 공격 중단을 촉구했음에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 '개딸(개혁의 딸)' 측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영구 제명을 요구하는 청원을 하자 비명 지지층도 이 대표의 사퇴와 출당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5일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3일 '이재명 당대표 사퇴 및 출당, 제명을 청원한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자는 "이재명 당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토건·토착 비리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의 가치와 정의가 훼손되고 당을 분열로 이끈 장본인이기에 권리당원으로서 청원한다"며 "민주당은 소수의 개딸이나 이재명 사당이 아니다. 합리적으로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공당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까지 3000명이 넘는 권리당원이 동의했다. 이는 소위 개딸로 통하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민주당 당사 앞에서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수박 깨기' 집회를 개최하고, 이 전 대표 영구 제명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하자 비명 지지 세력이 맞불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이 대표 지지자들이 당내 '배신자'를 비난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는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이번 사태에 끌어들여 일부 비명계 의원과 함께 처단해야 할 '7적'으로 규정한 자료를 유포하는 등 도가 지나친 행동을 이어가자 이 대표는 "내부를 향한 공격이나 비난을 중단해달라"며 직접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도 공격을 멈추지 않자 비명 지지층도 행동에 나서는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이미 개딸들에 의해 올라온 이 전 대표 영구 제명 청원은 6만7000명 이상에게 동의를 얻었다. 청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의 사퇴 청원에 동의한 당원들의 영구 제명 청원, 체포동의안 찬성 국회의원 명단 공개 청원 등 내부 공격 글이 다수 게재됐다.

일각에서는 당이 특정 지지 세력에 의한 당내 갈등의 확대 재생산을 막을 의지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부결 후 사흘간 1만4000명이 넘게 입당했다"며 강성 지지층의 '입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공개했다.

당 정치혁신위원회에서 주요 사안을 결정할 때 당원 의견 반영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진 것도 논란이 됐다. 체포동의안 집단 이탈표로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내년 총선 공천이 얽힌 혁신안에 친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기면서 더 큰 갈등이 생길 우려도 나왔다.

당원들의 집단 의사 표명은 비명계가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여론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이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내에서는 이미 '샤이 비명계'라는 이름을 붙여 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의원들이 이 대표에 대한 입장을 하나둘씩 정하는 그런 상황으로 보인다"며 "일부 의원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행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당내 당원 여론과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이대로 가서는 안 되고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많은 상인이 피해를 본 인천 동구 현대시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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