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리커창…‘시진핑 라이벌’에서 ‘실권없는 총리’로 10년

이종섭 기자 2023. 3. 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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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총리 내정된 리창은?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쪽)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14기 1차 회의 개막식이 끝날 무렵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리 총리는 이날 전인대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를 끝으로 총리직에서 사실상 물러난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열 2위 실세 총리’,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투톱 체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013년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처음 총리로 선임됐을 때 외신들은 그가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실세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당시 취임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방·외교 등을 책임지고 리 총리는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었다. 리 총리는 2007년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까지만 해도 시 주석과 나란히 서열 5∼6위로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만큼 한때 시 주석의 라이벌로 분류돼 왔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틀린 예상은 아니었다. 리 총리가 당내 주요 권력 계파로서 시 주석의 권력 독점을 견제할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대표 주자였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앙정치국 상무위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약화되고 1인 권력이 강화되면서 리 총리에게는 임기 내내 ‘실권없는 총리’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그는 재임 기간 종종 시 주석에 반기를 드는 듯한 모습으로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리 총리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전면에 등장해 ‘구원 투수’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그가 가진 한계는 명확했다. 시 주석의 ‘절대 권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었다.

리 총리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 1차 회의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를 끝으로 10년 임기를 마치고 사실상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중국은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올해 전인대에서 신임 총리를 선임한다. 리 총리의 퇴장은 시 주석 1인 통치 시대의 강화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지난해 제20차 당 대회에서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6명을 모두 자신의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으로 채웠다. 리 총리를 비롯해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후춘화(胡春華) 부총리 등 시 주석의 당내 견제 세력으로 꼽혀온 공청단 출신 인사들은 모두 이번 양회(전인대·정협)를 기점으로 최고 지도부와 정부 요직에서 물러난다. 이는 지난해 당 대회 폐막식에서 공청단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강제 퇴장당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 데 이어 사실상 당내 다른 계파의 완전한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리 총리는 이날 전인대 개막식에서 약 54분 간의 정부 업무보고를 마치고 단상에 내려오면서 약 37초 동안의 긴 박수를 받았다. 이에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리 총리가 최근 정부 부처를 도는 고별 투어에서 경제 개혁을 강조하며 환대를 받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에서 검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양회에서는 총리와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요직 인사들도 지난해 당 대회에서 권력을 장악한 시 주석의 측근 인사들이 차지하게 된다. 주목받는 이는 리 총리의 뒤를 이을 리창(李强)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다. 상하이 당 서기를 지내다 지난해 당 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파격적으로 권력 서열 2위에 오른 리 상무위원은 이번 양회에서도 통상 부총리를 거쳐 총리에 오르는 관례를 깨고 국무원 총리를 맡을 전망이다. 그의 총리 취임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우선 과거 시 주석의 저장(浙江)성 근무 시절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그가 시 주석의 충실의 정책 집행자이자 존재감 없는 총리에 머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다만 리 상무위원이 시 주석의 신임을 받는다면 어느 정도 자율성을 확보해 보다 과감한 경제 정책과 조치들을 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리 상무위원은 13일 전인대 폐막 이후 열리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총리로서 첫 데뷔 무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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