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업 배상 아닌 제3자 변제, 日사과 진정성 등 난관 수두룩

김학재 2023. 3. 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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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재계서 청년기금은 조성
韓측, 강제징용 피해자에 제3자 변제 지원
미래·청년 명분으로 과거사 극복
피해자들 주장과는 괴리 커 논란 예상
與 "과거만 매달리지 말라"
野 "굴욕적 합의, 일본만을 위한 합의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김 안보실장은 방미 기간 중 미국 행정부와 학계 인사들과 면담하며 북한 문제, 지역·글로벌 정세와 더불어 경제안보 관련 현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일제 강제징용 해법안이 양국 재계가 나서 청년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겐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정되면서 과거사 문제로 냉랭했던 한일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일 양국 정상간 셔틀외교 복원을 비롯해 북핵 대응과 공급망 안정화 등을 위한 한미일 3국간 협력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여, 이르면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이같은 해법안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일본 전범기업들의 직접적인 배상 참여를 요구해온 피해자 측과 입장차가 커 실제 이행까지는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는 한편 극심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尹, 美·日 정상외교 속도전 나설 듯

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공동조성한 '미래청년기금'을 마련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겐 우리 측에서 재원을 마련해 일본 전범기업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해법안을 발표한다.

윤 대통령이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규정한 3.1절 기념사를 발표한 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조해온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는 미래세대인 청년을 한일 관계개선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같은 행보는 신냉전 국면에서 한미동맹 강화의 필수요소가 된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하고,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안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박진 장관의 강제징용 해법안 발표 뒤 윤 대통령이 이달 말 일본을 방문할 수 있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미와 한일관계 개선과의 연관성에 대해 "한일관계 개선에 관해서 미 측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안보 협력, 더 나아가 한미일 전반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역할, 한미동맹 차원에서 챙길 수 있는 그런 방안들을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양국 관계 개선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강제징용 해법안이 마무리되면 셔틀외교 복원을 비롯해 한일 관계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통령실도 이번 현안이 잘 마무리 된다면 한미일 협력 강화 등에서 다양한 파생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만간 예정된 미국, 일본과의 정상외교에서도 기대를 넘는 성과가 가능할 수 있어서다.

■피해자 반발이 큰 과제, 정치권 '들썩'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자국기업들이 배상하는 것은 수용하지 않으면서, 이같은 방식의 접점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재계가 조성하는 기금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는 별개로 양국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급 등을 위한 기금이다. 양국간 미래세대를 위한 발전적 협력을 고리로 과거사를 극복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피해자 측이 요구해온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사죄, 일본 전범기업의 직접 배상 참여 등과는 괴리가 크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기금에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들이 기금 조성에 우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피해자 측에서 요구해온 방식과는 차이가 있어서다.

추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나, 진정성 있는 사죄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어 실제 최종 합의에 이르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당장 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 터져나오면서 논란을 예고했다. 여당은 "어두운 과거에만 매몰돼선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주장했고, 야당에선 "굴욕적인 합의"라고 반발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미래를 볼모로 잡고 정쟁에만 혈안인 반자유·비이성적 세력이 한일 관계를 뒤흔들어 왔다"며 "한국과 일본은 한일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통해 미래를 비추는 환한 등불을 함께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피해자를 위한 합의가 아닐 뿐 더러, 일본 강제징용 기업의 책임을 묻기 위한 합의는 더더욱 아니다"라면서 "일본만을 위한 합의다. 피해자분들은 물론이고 국민 누구도 바라지 않는 합의를 정부는 왜 밀어붙이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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