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5% 안팎…‘안정 속 성장’ 강조하며 보수적 목표치

이종섭 기자 2023. 3. 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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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14기 1차 회의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1991년 이후 중국 정부가 제시한 가장 낮은 성장률 목표치다. 중국은 올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비교적 빠른 경제 회복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성장률 목표 달성 실패와 올해 여러가지 대내외 위험 요인을 감안해 다소 보수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차 회의 개막식(제1차 전체회의)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는 코로나19 발생 여파로 목표치를 발표하지 않았던 2020년을 제외하면 1991년(4.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성장률 목표는 지난해 5.5% 안팎보다도 0.5% 포인트가 낮다.

중국은 지난해 3년간 가까이 고수했던 ‘제로(0) 코로나’ 정책을 접고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환경 악화로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데다 올해도 코로나19 재확산과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는 판단에 따라 다소 보수적인 성장 목표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5.2%로 0.8%포인트 상향했다. 또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상당수 글로벌 투자은행은 중국이 올해 5.5% 이상의 성장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에 대해 “신중한 목표치”라고 평가하며 “이는 약한 소비자 신뢰와 둔화하는 수출, 주택시장에 대한 압박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지도부가 여전히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안정에 방점을 찍고 ‘안정 속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올해는 20차 당 대회 정신 전면 관철을 시작하는 해”라며 “정부 업무를 잘 하려면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발전)의 업무 총기조를 견지하며 신발전 구도를 가속화하고 국내·국제 정세와 전염병 방역·통제 및 사회발전을 보다 잘 총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가 내세운 최우선 경제 업무는 내수 확대다. 리 총리는 “올해는 정부가 교체되는 해로 다방면에서 경제·사회 발전 업무를 게을리 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내 수요 확대에 힘을 쓰고 소비 회복과 확대에 우선 순위에 둬 여러 경로로 도시와 농촌 주민의 소득 증가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총리는 이날 경제성장률 이외에 올해 주요 경제 목표로 1200만개 도시 일자리 창출과 5.5% 안팎의 도시 실업률, 3% 안팎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상률 등을 제시했다. 또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효율을 높이겠다며 올해 재정적자 목표를 지난해(2.8%)보다 약간 높은 GDP 3.0%로 정했다. 이 밖에도 현대화된 산업 체계 구축 가속화, 국영 경제와 민영 경제의 병행 발전, 외자 유치, 기본 민생 보장 등을 올해 정부 중점 업무로 제시했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이날 전인대에 제출한 올해 예산안에서 국방예산을 지난해 보다 7.2% 늘어난 1조5537억원(약 293조원)으로 책정했다.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악화된 지난 3년 동안에도 2020년 6.6%에서 2021년 6.8%, 지난해 7.1%로 해마다 증가폭이 커졌다. 국방예산 증액은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양안(중국과 대만) 간 긴장 고조, 일본의 재무장화 등 안보 환경 변화를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리 총리는 이날 대만 문제와 관련해 “독립 반대와 통일 촉진 기조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양안 관계의 평화로운 발전과 평화통일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14기 전국위원회 1차 회의에 이어 이날 전인대 14기 1차 회의 개막으로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본격적인 막을 올리게 됐다. 올해 양회는 지난해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재선출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국가주석직 3연임을 공식 확정하고 총리와 부총리 등 정부 고위직 인사를 마무리함으로써 집권 3기를 본격화하는 자리다. 시 주석은 오는 10일 열리는 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에서 국가주석에 재선출된 뒤 13일 폐막식 연설을 통해 집권 3기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7일에는 친강(秦剛) 신임 외교부장이 첫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3기 대외정책을 설명하며 13일 폐막식 이후에는 새로 선임된 총리가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데뷔 무대를 갖게 된다.

중국은 올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본격화 했음에도 이번 양회를 ‘폐쇄루프’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정협 위원과 전인대 대표들은 사전에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격리 호텔에서 생활하며 회의장을 오가고 있다. 취재진 역시 행사 전날 격리 호텔에 들어가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행사 취재가 가능하다. 이날 전인대 개막식에서도 상무위원 등 주요 지도부를 제외한 일반 참석자들은 모두 행사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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