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저작권 문제 없는 한글 폰트’ 만들어 배포한 이유는

남지원 기자 2023. 3. 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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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안심 봄방학’ 폰트가 사용된 디지털기기용 수업자료. 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수업자료나 교실 환경구성 등에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글자체를 만들어 보급한다. 한글 글자체(폰트) 사용 문제로 일선 초중고교가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직접 폰트를 배포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각 학교 교사들이 저작권 걱정 없이 수업에 쓸 자료를 만들 수 있도록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한글 폰트 ‘학교안심글꼴’ 13서체 24종을 개발해 보급한다고 밝혔다.

글자체를 컴퓨터 문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 ‘폰트 파일’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이다. 사용자는 일정한 금액을 내고 구매하거나 라이선스 허용 범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폰트의 라이선스나 유·무료 여부는 일반 프로그램과 달리 확인하기 어려워 그동안 학교에서는 크고 작은 폰트 관련 저작권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무료폰트는 이용 범위가 ‘개인’으로 지정돼 있는 경우가 많아 학교에서 수업자료나 문서 등에 사용할 경우 저작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지난해 1월 교육기관 저작권 분쟁 및 저작물이용 실태조사 결과 저작권 분쟁을 겪은 학교의 86.3%는 폰트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교육부가 배포한 ‘학교안심글꼴’ 중 일부 서체들
‘학교안심 맑은날’ 폰트가 적용된 교실 표지판. 교육부 제공

컴퓨터에 설치돼 있던 폰트가 유료이거나 개인용인지 모르고 사용한 교사와 학교 등을 노리고 학교 홈페이지 등에서 오래전 작성된 문서를 다운로드받은 뒤 폰트 저작권을 위반한 사례를 찾아 소송을 걸고 합의금을 받아내는 일부 업체들이 문제가 된 일도 있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자 몇몇 교육청은 오래된 문서 중 불필요한 것은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학교의 ‘폰트 분쟁’은 2015년 윤서체 소송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디자인업체 윤디자인그룹은 자사가 저작권을 가진 폰트 ‘윤서체’가 학교 안내문, 교육청 홈페이지 문서 등에 무단 사용됐다며 학교마다 275만원 상당의 라이선스를 구매하라고 요구했고, 협상이 결렬되자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시교육청은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최종 패소했고, 같은 업체와 유사한 소송을 벌인 서울시교육청은 대법원에서 승소를 확정받았다.

이 사건은 교육당국이 폰트 저작권 문제에 민감해지는 계기가 됐다. 교육부는 2017년 교육저작권지원센터를 전담기관으로 지정하고 전화 상담 등을 제공해왔다. 2021년부터는 무료폰트 관련 저작권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기관 글꼴 점검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작성한 문서 등에 사용할 수 없는 폰트가 적용됐는지 확인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까지 1만5000여번 다운로드됐다.

교육부가 이번에 공개한 폰트는 공모를 통해 선정한 폰트 전문기업으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나 교육청, 공공기관뿐 아니라 개인이나 일반 기업 등이 이용 대상과 목적에 관계없이 쓸 수 있다. 공개된 폰트는 이날 개통된 교육저작권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기존에 제공했던 교육기관용 글꼴 점검 프로그램도 디자인 등을 개편해 이달 넷째 주부터 순차적으로 보급한다고 밝혔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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