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숙부 퇴직금 수백억 '턱턱'…고려아연 최윤범의 '지분경쟁' 그림
'74년 동업' 최家·장家 갈등에 이사회 결과 주목…"퇴직금, 지분 확보 '실탄' 될 수도"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세계 1위 아연 제련기업' 고려아연이 임원 퇴직금 인상을 추진한다.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 회장직을 포함한 임원들은 근속 1년당 최대 1개월치 월급을 더 챙기게 된다. 단순한 퇴직금 인상이 관심을 끄는 것은 '회장님들'의 퇴직금이 수백억원대에 달한다는 점과, 이 퇴직금이 74년을 이어온 고려아연의 두 동업자 집안 사이에 벌어진 지분 경쟁에 '실탄'으로 사용될 가능성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달 17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안건을 상정한다. 명목은 직급체계 변경으로 인한 직위별 규정 변경이다. 새 임원 직급체계에 따르면 최근 전무이사·상무이사는 본부장·담당 직책으로 통합됐다.
퇴직금 개정안에 따르면 명예회장을 포함한 회장은 근속 1년당 4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일반적인 퇴직금 기준인 1년당 1개월치 월급(마지막 3개월 평균)의 4배를 받는 것이다. 이는 기존 회장직 퇴직금 배율인 3배(1년당 3개월치 월급)였던 것보다 1.3배 이상 많은 퇴직금이다.
부회장·사장은 3.5배, 부사장은 3배, 본부장·담당은 2.5배의 지급률이 적용되는 등 임원들의 퇴직금이 대부분 0.5~1개월치씩 늘어난다. 다만 인상된 배율은 개정 이후 근속기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흥미로운 점은 퇴직금 개정안에 '명예회장'이란 직책이 처음으로 명시됐다는 것이다. 회장과 동일하게 앞으로 재직 1년당 4개월치의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게 된다.
현재 고려아연에는 최창걸(82)·최창영(79)·최창근(76) 명예회장이 있다. 최창걸 명예회장은 현재 회사를 이끄는 최윤범(48) 회장의 아버지이자 창업주 2세이며, 다른 두 명예회장은 최 회장의 작은아버지들이다.
명예회장이지만 상당한 보수를 받고 있어 지난해 보수는 최창걸 명예회장 15억3200만원, 최창영 명예회장 12억6200만원, 최창근 명예회장 16억7500만원에 달한다. 각각 근속연수가 48년, 46년, 38년이어서 지금 퇴직할 경우 약 140억원 가량의 퇴직금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안건을 명예회장과 연결지어 바라보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특정 직급만 혜택을 보는 게 아니라 모든 직급에서 1년에 0.5개월~1.0개월치가 늘어나도록 조정됐다"며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 진출을 진행하는 시점에서 글로벌 우수 인재의 확보와 유지가 매우 중요한 상황임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그룹 기준 회장직 퇴직금 지급배수가 3.5~4배 수준인 점도 감안했다고 한다. 또 퇴직을 앞둔 명예회장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세 사람 모두 고령인 만큼 퇴직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시간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경쟁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고려아연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영풍기업사가 모태로, 최씨 집안과 장씨 집안은 70년 넘게 동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룹의 덩치가 커지면서 두 집안이 분리 경영을 해왔지만 상대 일가가 경영하는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식으로 공존해 왔다.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경영하지만 장씨 일가와 그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이 더 많다.
그런데 고려아연이 창업주 3세 최윤범 회장 체제로 들어서면서 조금씩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 회장이 신재생에너지·2차전지 소재산업 등 신사업 구상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면서 이견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반부터 최 회장 측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늘려가기 시작한 것을 영풍그룹으로부터의 계열분리 의도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장씨 일가에서도 지분 매입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아직까지 고려아연의 지분은 ㈜영풍을 비롯해 창업주 2세인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특수관계인, 그 일가가 32.4%를 보유해 최 회장 측이 우호지분까지 합쳐 갖고 있는 28.5%보다 조금 많긴 하다. 장씨 일가로서도 영풍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캐시카우' 고려아연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화와 LG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우호지분을 늘린 최 회장의 공격적인 지분 확보 탓에 과거 10%p 이상이던 지분 격차는 3.9%p까지 좁혀져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이 11조원대임을 감안하면 세 명예회장이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는 약 400억원은 지분 0.4%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아버지와 숙부들이 최 회장의 원군 역할로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런 탓에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선임과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등 안건들이 과거처럼 무난하게 의결될지 주목된다. 이사회 구성원 11명 중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사외이사 6명을 대신해 사내·사외·비상무이사 6명을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온다. 사내이사 후보인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박기원 온산제련소장과 비상무이사 후보인 최 회장의 사촌 최내현 켐코 대표를 비롯해 사외이사들(김보영·권순범·서대원) 중 다수가 최 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비상무이사로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이기도 한 장 고문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는 만큼 이번 이사회가 최 회장 의도대로 구성될 경우 계열분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장씨 일가 측이 이사 선임 등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 시끄러운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두 집안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이사진 선임이 향후 지분 경쟁의 변수가 될 수 있다"며 "고려아연 지분 약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사우나 속 여성' 실루엣 또렷…서울 서초구 호텔 내부 노출 충격
- "전화 안 받아 서운" 펑펑 운 시모…"이게 울 일? 싫어졌다" 며느리는 냉담
- 무릎 아래까지 처진 '35㎏ 복부 종양'…50대 남성 성기 파묻혔다
- "뭐야? 맛있네" 97세 할아버지도 홀린 '두쫀쿠'…"7000원 값어치 한다"
- 온몸 노란 테이프로 꽁꽁 묶인 여성…주택가 훼손된 벤츠 차량서 발견
- 이상한 취향 강요한 전문직 남편…'노예 각서' 압박 후 "네가 동의한 일"
- 맞고소 난타전 중에 왜?…박나래 전 매니저 美출국 전 아파트 짐 다 뺐다
- 사춘기 딸에 "모텔 침대 알지? 엄마가 친구랑 잤다"…철부지 남편 뭇매
- "요즘도 차로 사람 평가하나"…경차 타는 소개팅남 '여성 호감 뚝' 한숨
- "손주에 젖 물리는 시모…말리자 '너도 다 이렇게 컸다' 웃어넘겨 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