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친 국민연금, 뒷목 잡은 개미...KT 압박하며 뒤로는 대량매도 [아이티라떼]

정호준 기자(jeong.hojun@mk.co.kr) 2023. 3. 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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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표이사 선임 리스크로 KT가 휘청이는 동안,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을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량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를 내세우며 뒤로는 주식 대량 매도로 주가 하락을 부추긴 행위로, 심각한 모럴해저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3일 국민연금이 약식으로 공시한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KT 지분율은 27일 기준 8.53%로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 1월 11일 공시했던 9.95%에서 지난 달 27일 사이에 1.42%가량의 지분을 매도한 것입니다.

여전히 KT 최대주주의 자리는 유지했지만,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 그룹(7.79%)과의 지분율 차이는 이제 1% 미만으로 좁혀졌습니다.

공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기간 국민연금은 약 550만주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변동 내역을 일괄 기재해 정확한 매도일은 알 수 없지만, 공시 기준으로 추정해보면 1월 11일에서 2월 3일 사이 약 270만주, 그리고 2월 6일에서 27일 사이에 약 270만주를 더 매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연금이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약식으로 공시한 대량보유상황보고서의 세부 변동 내역 [사진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해당 기간은 국민연금과 용산 대통령실, 정치권이 본격적인 KT 압박을 시작하면서 KT의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기간입니다.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회사 내부가 동요하고 주가가 흔들리는 가운데, 최대주주의 영향력으로 KT 리스크를 불러온 당사자인 국민연금이 뒤로는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해온 것입니다.

시작은 지난해 12월 8일이었습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며 KT 압박의 포문를 열었습니다.

이어 올해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주인 없는 회사(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언급하며 본격적으로 KT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시작됐습니다.

사흘 뒤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회의에서도 소유분산기업 대표들이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한다며 ‘소유분산기업의 CEO 셀프 연임’을 맹비난했습니다.

이러한 전방위 압박에 2월 한 달만 하더라도 KT 주가는 12% 이상 흘러내렸습니다. 비난을 못 이긴 KT는 결국 후보 재공모 과정까지 거쳤지만, 연이은 압박에 구 대표는 지난달 23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그 다음 날. 시장은 외압에 따른 사임이라 판단, 이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이날 KT 주가는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하루 동안 4%가 떨어졌죠. 지난 달 27일에는 더 하락해 1년 3개월 만에 종가 기준 3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단기간 주식 대량 매도를 통해 정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KT 주가를 무리하게 끌어내린 역할을 했고, 이로 인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부당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한 상황입니다.

KT 경영 현안에 접근할 수 없는 보통의 투자자와 달리 국민연금은 최대주주임을 앞세워 김태현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의 구두개입 발언, 비판적 보도자료 배포 등 수시로 주가 변동성을 키웠습니다.

그 당사자가 경영 개입에 따른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뒤로는 보유 지분 550만주를 매도한 행태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를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기상천외한 투자 행태로 KT 주가는 미끄럼틀을 탔고, 그 피해는 오롯이 개미투자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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