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보다 긴 경기 수축기 끝내고 ‘열두번째 사이클’… ‘정점’ 이미 지났나
12순환기 진행 중…“정점 지나 수축기?” 갑론을박
평균 확장기 고려시 정점 지나…각종 지표도 먹구름
민간 “수축 국면 진입”…정부 “애매하지만 둔화 확실”
통계청이 한국 경제의 열한번째 순환기의 마무리를 선언했다. 2013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경기 저점에서 정점을 찍고 다시 저점으로 돌아오면서, 7년여의 기나긴 순환기가 완성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열두번째 순환기 역시 이미 지난해 3분기 정점을 찍고 수축기를 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정부 안팎에서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고강도 긴축’ 여파가 본격 반영되는 이번 수축기가 ‘역대 최장’이었던 직전의 수축기만큼이나 길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가통계위원회는 최근 한국 경제의 저점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5월로 잠정 설정했다. 이로써 한 경기 순환기의 마무리를 알렸다. 통계청이 순환기를 그리기 시작한 1972년 이후 완성된 제11순환기다.

◇ 장장 7년여의 열한번째 순환기 마무리
긴 시계열을 두고 경기 순환 변동 과정에서 국면이 전환되는 시점, 즉 ‘정점’과 ‘저점’을 찍는다고 봤을 때 저점→정점→저점을 지나면 하나의 순환 주기로 본다. 저점에서 정점까지를 확장기, 다시 정점에서 저점까지를 수축기라고 일컫는다. 이는 통계청 회의를 통해 공식 선언되는 것으로, 우리 경제의 경기를 연구·분석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지난 순환기는 2013년 3월~2017년 9월 54개월간의 확장기와 2017년 9월~2020년 5월 32개월간의 수축기를 거쳤다. 하나의 사이클이 완성되기까지 7년2개월(86개월)이 걸렸다. 특히 2년8개월(32개월간)의 수축 국면은 기준 순환일 판정 이래 역대 최장으로 기록됐는데,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인 제6순환기의 수축기(29개월)보다 길었다. 그 시기 코로나 대유행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 주목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제12순환기다. 우리 경제는 2020년 5월 이후 초저금리 기조 지속과 재난지원금 지급 등 코로나에 대응한 적극 재정 집행으로 경기 확장기를 맞았다. 그런데 최근엔 이미 정점을 찍고 수축기를 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은 “경기 상황을 명확히 판단하려면 시간이 지나고 시계열이 쌓여야 한다”며 “현재 어떤 국면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판단을 유보한 바 있다.

◇ 지표상으론 “정점 지났다” 증거 속속 관찰
지표상으로는 정점을 지났다고 볼 수 있는 재료가 곳곳에서 관찰된다. 그간 평균치를 살펴보면 1970년대 이후 경기 상승 확장기는 평균 33개월이었다. 이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면 불과 지난달 정점을 찍은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또한 7개월째 하락세다.
내수 위축은 물론 수출 상황까지 심각하다. 최근 발표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소매 판매는 내구재·준내구재·비내구재 모두 줄어 지난해 11월 이후 3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역시나 ‘2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은 5개월째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반도체’와 ‘중국’ 등 우리나라 수출의 두 버팀목이 무너지면서다.
국내총생산(GDP)의 역성장도 현실화했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실질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수출·소비 등 경기 지표도 갈수록 나빠지는 만큼, 올해 1분기까지도 이런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 “작년 3분기 ‘피크’ 찍고 수축기 들어섰을 가능성”
민간에선 경기 수축기가 이미 시작했다는 진단도 일찍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미 “국내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2024년 2분기까지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를 쓴 민경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해당 진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부는 정점 시기와 그에 따른 수축기에 대해 공식화할 수는 없지만, 현 상황이 경기 둔화 흐름임은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상 동행지수 하락이 6개월 이상 하락하면 그것이 시작됐던 시점부터를 정점으로 볼 수 있기에, 아직 2·3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만약 그때까지도 내림세가 지속되면 정점은 아마 지난해 3분기쯤, 빠르게 보는 사람은 하반기부터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2월부터 급작스럽게 반등한다는 점을 가정해보더라도 작년 4분기~올해 1분기의 짧은 둔화이냐, 아니면 약간의 반등을 거친 긴 둔화가 되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짧은 둔화라면 정점의 위치는 (지난해 3분기와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현재 국면 자체가 경기 둔화 흐름임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런 진단은) 2~3년 정도가 걸리는 통계청의 정점 공식 선언 작업과는 별개”라는 단서를 덧붙였다.
이번 경기 수축기가 현실화할 경우 ‘역대 최장’ 기록을 쓴 제11순환기의 수축기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경기 둔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전례 없는 ‘고강도 긴축’이 동반되고 있어서다. 민 연구위원은 “이번 경기 수축기의 경우 경기가 단기에 급락할 가능성이 있으며, 부채가 누증됨에 따라 경기 수축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6000피 올라타자”… 5대 은행 ‘마이너스 통장’ 40조원 돌파
- [르포] “1㎝라도 더 크게” 키플레이션에 성장 주사 열풍… ‘부작용 우려도’
- [비즈톡톡] 엔비디아 ‘샤라웃’에 LG전자 주가 급등… 무슨 협력 하기에
- [동네톡톡] 장학금에 60년 세수 확보... 원전 유치전 불붙었다
- 통계도 없이 다주택자 때렸나…금융 당국, 자료 수집 분주
- [단독] 인사 유출 홍역 치른 삼성바이오, 이번엔 “주 4.5일·ADC 수당” 노사 갈등 뇌관
- 中, 성숙 공정 파운드리 확대… “삼성전자·TSMC 시장 파이 잠식"
- 2월 아파트 가장 많이 팔린 곳 ‘노원구’… 매매 15억 이하가 85%
- [세상을 바꾼 표준]⑧ 배에 실은 컨테이너가 촉발한 ‘물류 혁명’
- 지난달 서울 주택 공급 지표 일제히 악화…강력 규제에도 주택 거래량은 ‘껑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