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론자' 찰스 3세 대관식 때 100% 식물성 기름 쓴다
전에는 고래 내장 등에서 얻은 기름 첨가
역대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름 부음 의식’, 이른바 도유식(塗油式·anointment)이다. 영국 성공회를 대표하는 켄터베리 대주교가 왕의 몸에 기름을 발라 그를 신성한 존재로 만드는 의례다. 여기에 쓰이는 기름을 성스럽다는 뜻에서 성유(聖油·chrism oil)라고 부른다.

BBC에 따르면 기존 대관식에 사용된 성유는 덩치가 작은 포유류 동물의 분비선에서 나온 기름, 그리고 고래의 내장에서 얻은 기름 등 성분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는 동물학대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찰스 3세의 대관식에 쓰일 성유는 이런 동물 성분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고 순전히 식물성 기름으로 만들어진다. BBC는 “참깨, 장미, 자스민, 계피 등이 섞인 올리브 기름”이라며 “오렌지 꽃도 첨가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올리브 기름은 예루살렘에서 경건한 종교적 분위기 속에 봉헌식이 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 일대에서 자란 올리브 열매를 짜 얻은 기름을 사용함으로써 대관식을 한층 신성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마침 찰스 3세는 지난해 12월 즉위 후 처음 행한 크리스마스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의 신앙을 강조하며 “과거 예수 탄생지 베들레햄 등을 방문했을 때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대관식에서 새 국왕의 몸에 기름을 붓는 의식은 기독교에서 유래했다. 구약성서에 묘사된 옛 이스라엘 국왕의 즉위식 장면을 보면 ‘제사장과 선지자가 솔로몬의 몸에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 왕으로 삼았다’는 구절이 있다. 이는 신성한 의식으로 여겨져 한번도 대중에 공개된 적이 없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은 영국 역사상 처음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었으나, 그때에도 왕의 몸에 기름을 바르는 모습은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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