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王닮은 산봉우리에 어떤일이

2023. 3. 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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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포에 60년간 자리내준 무등산 정상 시민품으로
군부대 이전으로 오는 9월부터 상시 개방 환경복원
4일 국립공원의날 맞아 정상 개방에 수천명 북적
무등산은 지난 1966년 방공포부대가 정상부에 둥지를 틀면서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겼다. 사진은 지왕봉의 모습.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 광주를 상징하는 무등산 최고 봉우리들은 60년 가까이 국민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곳은 빼어난 경관과 산세를 자랑하지만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있다. 그러고 보니 봉우리 마다 ‘왕(王)’을 하나씩 품고 있다.

무등산은 지난 1966년 방공포부대가 정상부에 둥지를 틀면서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겼다. 80년 5월 민주항쟁을 말없이 지켜본 어머니와 같은 무등산. 이곳에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무등산이 오는 9월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된다.

광주시민들의 숙원이었던 군부대가 이전하면서 정상부가 시민품으로 다시 돌아온다. 훼손된 환경은 복원되고 등산로도 새롭게 정비될 예정이다.

광주시민들의 숙원이었던 군부대가 이전하면서 정상부가 시민품으로 다시 돌아온다. 훼손된 환경은 복원되고 등산로도 새롭게 정비될 예정이다.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에 1000m가 넘는 높은산이 붙어있는 곳은 광주가 유일하다고 한다. 벌써부터 시민들과 등반객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4일 이른 새벽 1187m 무등산 정상을 찾았다.

울긋불긋 등산복을 입은 수백여명의 시민들도 가족과 연인의 손을 잡고 등반을 시작했다. 일교차가 심한 날이다 보니 산 아래에서는 두툼한 패딩을 입은 복장들이 중턱으로 올라갈수록 가벼워졌다. 따뜻한 커피와 과일 등 간식을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모범택시 기사를 비롯해 국립공원관리공단, 광주시청, 119특수구조단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안전과 편의를 지원했다.

무등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필승”

“본 지역의 시설 및 장비의 무단 사진촬영은 국가방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허가된 곳만 촬영해 주십시오.”

군부대 정문에서 권총을 찬 군인이 신분증을 확인하며 주의사항과 함께 협조를 구했다. 이곳이 군대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드디어 정상이다. 야호”

증심사와 원효사 방면에서 올라온 등산객들은 저마다 거친 숨을 내쉬며 정상에 올랐다. 얼굴에는 미소와 성취감이 가득했다.

안개 속에 몸을 숨겼던 무등산도 오전 10시를 넘어서자 푸른 하늘과 지왕봉, 천왕봉 봉우리를 말끔하게 드러냈다.

무등산권 지질공원 재인증을 기념하며 즉석사진 이벤트도 인기를 얻었다. 서인주 기자

그림처럼 펼쳐진 지왕봉 포토존 앞에서 모두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미세먼지로 시야가 제한됐지만 무등산 정상에서는 광주는 물론 담양, 화순, 나주, 장성 등 인접 시군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속이 뚫린 기분이다.

이날 정상에서는 국립공원의 날(3월3일)과 무등산 국립공원 승격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광주시와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등산 서석대에서 부대 후문을 지나 지왕봉, 인왕봉, 부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정상부 0.9㎞ 구간을 개방했다.

등산이 취미인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유제철 환경부 차관,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정선화 영산강유역환경청장 등이 참석했다.

정 청장은 10년전 환경부 과장으로 일할 때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 실무를 담당했는데 영전해서 광주로 돌아온 케이스다. 김광진 광주시문화경제부시장도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무등산에 올랐다.

무등산 정산에서 바라본 광주.

‘줄줄이 비엔날레로 오세요’

정상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졌다.

국립공원 깃대종 캐릭터(반달이·달콩이)와 함께 사진을 찍는 이벤트와 정상 탐방을 인증하면 기념품을 제공하는 ‘나도 국립공원 홍보대사’ 행사도 함께 열렸다.

시민과 공무원들은 소형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성공 개최를 응원했다. 이날 무등산 전체 탐방객은 1만2000여명으로, 정상부에는 3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정상 개방 행사를 시작된 이래 지난해까지 총 25차례만 개방됐다.

강기정 시장 등이 무등산 정상에서 광주비엔날레 성공을 외치며 퍼포먼스를 펼쳤다.

무등산에 경사도 겹쳤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에 성공한 것이다.

세계지질공원위원회는 지난해 9월 현장 심사를 진행하고, 12월 재인증 유력을 알리는 그린카드(Green Card)를 준 데 이어 재인증을 공식화했다.

세계적으로 15개 신규 신청 지역 가운데 5곳이 레드카드(Red Card)를 받아 인증에 실패하는 등 심사 기준이 한층 강화된 가운데 재인증을 받아 의미가 크다.

매주 무등산을 찾는다는 강 시장은 “올해 첫 정상 개방 행사에 어느 때보다 기쁜 마음으로 올라왔다” 며 “올해 9월 무등산이 활짝 열리고 방공포대가 철수해 완전한 시민의 공간으로 자리 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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