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급 디테일" '모범택시2' 시작부터 울린 동재아빠, 배우 최원의 진심[인터뷰S]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시즌2로 돌아오자마자 승승장구 중인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극본 오상호, 연출 이단). 그 포문을 연 에피소드가 해외취업사기로 아들이 실종된 '동재 아빠'의 사연이었다. 닭집을 운영하며 외아들을 홀로 키운 아버지가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아들을 찾아 헤매는 모습은 여러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전단지를 품에 안고 빗 속을 헤매며 한강 다리 난간에까지 올랐던 아버지를 연기한 이는 최원(48). 무대와 카메라 앞을 오가며 꾸준히 연기의 길을 걸어온 25년차 배우다.
"시즌1이 잘 된 드라마잖아요. '모범택시2'의 문을 여는 에피소드라 감독님께서 '책임져야하는 거 아시죠?' 하니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모범택시' 멤버인 '난타' 선배 (장)혁진이 형한테 전화했어요. '평생 연기할 건데, 스트레스 받으면 어쩌냐. 나는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까 고민한다. 그래야 평생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에 좀 마음이 놓였어요."
한 달 가량 이어졌다는 오디션 막바지, 최원이 출연한 영화 '침입자'를 본 제작진이 미팅을 제안한 게 만남의 시작이었다. 8페이지 짜리 오디션 대본을 받은 최원은 '와서 읽으면 된다'는 설명에도 하루 만에 통째로 외워버렸다. 합격 연락은 2주 만에 왔다. 현재 대경대학교 강사인 그는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업 중이었다. 학생들에게 '5분만 쉬자' 하고는 밖에 나가 기쁨에 소리를 질렀다. 아내에게 전화로 소식을 전하는데 눈물이 났단다. 그만큼 소중한 기회였다. "캐스팅 된 게 안 믿겼다"는 최원은 "전체 리딩 이틀 전 감독님 전화가 왔다. '제가 '모범택시2' 연출하는 이단입니다' 하는데 '아 진짜 하는구나'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목숨보다 귀한 아들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이야기. 감독은 '다큐멘터리처럼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원은 매일같이 산에 오르며 5kg을 뺐다. 소품팀에 부탁해 촬영용 전단지며 '모범택시' 명함까지 받아들곤 4개월간 집 앞 불광역을 오고 갔다. 모티프가 된 사건이며 실종된 자녀를 찾는 부모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도 내내 봤다. '이 전단지라도 돌리지 않으면 아이에게 죄를 짓는 것 같다'는 한 아버지의 말이 그의 가슴을 쳤다. 동재 아빠가 비 속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장면에 그 절절함을 녹였다.
"역에 오갈 때 보신 분들은 사연있는 사람인 줄 알았을 거예요. 경험한 적 없지만 그 아버지의 심정을 제 것처럼 받아들이려 노력했어요. 나중에 촬영을 할 때는 연기가 아니라 그게 매일 하는 일상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몸에 붙은 느낌이라, 내가 뭔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했어요. 바로 다큐멘터리처럼 연기하는 순간이 아닐까, 그렇게 접근했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조력자가 또 있다. 늘 연기연습 상대가 되어주는 사랑하는 아내다. 아내는 매니저가 없는 최원을 위해 직접 현장에 와서 장면 연결용 자료 영상을 매번 찍었다. 극중 응급실에서 동재 엄마가 죽어가는 장면엔 직접 출연까지 했다. 소품용 사진도 찍고, 부부의 실제 결혼 사진도 그 옆에 놓여 디테일을 살리는 데 한 몫을 했다고. 실제 아버지를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다.
"아내가 펄쩍 뛰었죠. 직장 다니는 민간인이거든요.(웃음) 설득을 했죠. 작년이 결혼 10주년이었는데, '우리가 언제 카메라 앞에 같이 서겠냐, 추억 하나 쌓자' 하고. 막상 와이프가 피 분장을 하니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내 아내가 실제 동재 엄마라면, 우리가 10년을 기다려 낳은 아이가 동재라면' 하고 생각하니까 집중도가 확 바뀌는 걸 느꼈어요. 아내에게 감사하죠. 출연도 하고 매니저 역할도 한 셈인데, 힘들었겠지만 엄청난 도움이 됐어요. 그런데 다시는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숨은 디테일은 곳곳에 있다. 한강에 몸을 던지려 했던 동재 아빠의 동작대교 씬은 일부러 대역 없이 와이어를 차고 다리 난간을 넘어가 찍었다. 두려움이 있었지만 중요한 장면이라 직접 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촬영지에 먼저 가 닭 튀김이며 서빙을 미리 경험해보며 더욱 실감나는 장면을 만들었다. "동재 아빠 손 어쩌냐" "손 보고 울었다"며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이 폭발했던 손 분장 디테일은 최원의 아이디어다. 20년 넘게 닭을 튀긴 아버지의 손이 성하지 않을 것 같아 직접 제안했다. 더위엔 떨어지고 겨울엔 안 붙는 분장을 내내 감수해야 했지만, 최원은 시청자의 반응을 보니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25년 배우생활 했는데 엄마가 친척 분들에게까지 전화한 건 처음"이라며 "역시 어른들은 TV에 나와야 하나보다. 효도 한 번 했네 하는 느낌이다"고 웃었다.
"모든 게 감사한 일이죠. 특히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촬영 이튿날까지도 하루종일 괜찮냐고 물었던 게 생각나요. 감독님이 '저와 스태프는 믿는데, 선배님이 선배님을 안 믿는다. 저 믿고 맘껏 해주시면 안돼요' 하시더라고요. 그 믿음을 끝까지 유지해주셨는데, 그것이 얼마나 큰 에너지가 되는지를 느꼈어요. 무명배우인 저에게 아무 이유없이 손을 내밀어 주셨죠. 저도 아무 이유 없이, 열심히 걷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더 생겼어요."

1991년 그저 연기가 하고 싶어 중3에 청소년 극단에 들어간 것이 최원과 연기의 첫 만남이었다. 한예종 07학번이지만, 그에 훨씬 앞서 1999년 대구에서 무대에 올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가 그의 데뷔작이다. 당시 함께 출연한 이가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 회장님으로 인기가 폭발한 배우 이성민. 이후엔 이상하리만치 작품으로 인연이 없었지만, 먼저 길을 닦아준 선배는 어느덧 그의 롤모델이 되어버렸다.
"그때 이성민 선배님이 32살이셨어요. '나는 저 나이 되면 저렇게 연기할 수 있나'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서울 가셨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왕성하게 활동하시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사투리에 대한 걱정이 있었거든요. 선배님처럼 되겠다거나 뛰어넘겠다는게 아니라, 그저 따라가다보면 언젠가는… 하면서 여기까지 왔어요. 연기라는 길을 이대로 걸어도 되나, 힘들 때 마다 저에게 희망이 되셨어요."

그렇게 묵묵히 배우의 길을 가고 있는 최원은 최근 들어 더 주목받고 있다. '모범택시2'의 가슴 먹먹한 에피소드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친 뒤 KBS2 '두뇌공조2'에선 잔혹한 싸이코패스 살인마로 변신해 연기의 진폭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형철 감독의 영화 '하이파이브'는 촬영을 마쳤고, 해외영화제에서 무려 14관왕을 차지한 장편영화 '니자리'가 오는 4월 말 개봉을 앞뒀다. 이 작품으로 최원은 2개의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기쁨도 맛봤다. 열과 성을 다해 연기한 작품들이 속속 공개되면 최원을 향한 관심도 점점 더 뜨거워질 것 같다.
"100% 진짜가 될 수는 없겠지만, 99% 진짜의 감정을 가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늘 한 걸음씩 성장해 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나이 50을 바라보며 느낀 게 있다면 좋은 배우가 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게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거예요. 욕심을 조금 더 낸다면, 제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많이 나눌 수 있는 선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25년 동안 배우로서 길을 묵묵히 걸어온 만큼 후배 배우들이 포기하지 않고 행복하게 잘 버틸 수 있게끔 가이드 역할을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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