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와 다르다”…AI 내세운 尹정부 국방혁신, 실행 가능할까 [박수찬의 軍]
국방부가 3일 AI(인공지능) 과학기술강군 육성을 앞세운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정부 시절의 국방개혁 2.0을 대체하는 성격이다.
국방부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이 국방개혁 2.0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부각하는 표까지 만들어 공개할 정도로 전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방혁신 4.0 수행에 필요한 예산, 시간표, 군 구조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계획이 아닌 비전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군 조직 묶는다
국방부가 한국형 3축 체계 강화 방안으로 제시한 킬웹과 JADC2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군에서 핵심 추진 사항으로 거론되는 개념 중 일부다. 연합방위태세를 원칙으로 하는 한국군은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같은 개념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킬웹은 거미줄처럼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해 최적의 북한 핵·미사일 무력화 수단을 찾도록 AI가 실시간 돕는 체계다. 탐지→추적→타격→평가로 이어지는 3세대 킬 체인(Kill Chain)이다.
1세대 킬 체인은 활이나 총을 쏘는 사수처럼 인간이 직접 보고 판단해 공격하는 것이었다. 무기의 사거리와 화력이 증가하면서 정찰기가 포착한 표적을 포병이나 전폭기가 공격하는 2세대 킬 체인이 등장했다.
이후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센서와 기동전력, 타격체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킬웹이 등장하고 있다. 여러 개의 킬 체인 요소를 네트워크로 묶은 킬웹을 갖추면 일부 자산이 파괴되거나 운용이 제한돼도 정보 공유와 공격·방어를 지속할 수 있다.
킬웹을 구축하면, 북한 미사일 위협 대응을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한반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탄도미사일 밀집지대다. 발사 직후 몇 분 만에 지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남북간 거리도 가깝다.
킬웹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할 방법으로 주목된다. 탐지 및 추적, 타격 자산이 그물망처럼 연결되면 정보교환이 훨씬 유연해지고 신속해진다.
한국군은 작전 도중 의사결정을 변경할 수 있어서 작전 유연성이 높아지고, 북한군은 한국군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적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주는 것은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핵심적 요소다.
JADC2는 킬웹 운용을 도울 수단으로 평가된다. 미군은 JADC2를 미래전의 승패를 가를 핵심 전력으로 분류, 전력화에 적극적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2021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장관이 JADC2 추진 지침을 담은 전략문서를 미군에 하달한 직후부터 JADC2 논의가 활발하다.
미 공군 F-35 스텔스 전투기가 포착한 표적정보를 육군 또는 해군이 실시간 공유하면서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미사일방어체계와 타격수단이 각각 보유한 센서를 통합, 적군이 미사일을 쏘기 전에 무력화하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전략을 가동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가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서 밝힌 JADC2는 미군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미군과의 상호운용성 확보 작업은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미군이 JADC2를 통해 추구하는 미래전 모습과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서 거론된 AI 기반 차세대 지휘통제체계와 C4I 데이터 통합,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 등 주요 과제는 서로 유사점이 많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형태와 개념은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일각에서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 실행과 관련,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학기술강군 육성의 필요성, 한국군이 개발해야 할 미래 무기 개념 등은 정리되어 있지만, 그 다음이 문제라는 것이다.
군사력 건설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무기체계 전력화에는 10여년이 걸린다. 그렇게 도입한 무기는 30여년을 쓴다. 이렇게 도입·운용될 무기가 2040년대 한반도 안보환경이나 군사력 건설방향에 부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동북아 정세 불안정성이 20년 후에도 이어질 것인지 등을 평가하고 각각의 위협 전망에 대한 인식을 갖춰야 무기도입 및 작전개념도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가 공개한 국방혁신 4.0 기본계획 자료에는 북핵과 동북아 정세 등 현 위협과 도전 요인은 있으나, 미래 위협인식은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방혁신 4.0보다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방개혁 2.0을 ‘개혁’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개혁 2.0의 핵심은 한반도 유사시 전격전으로 평양을 신속하게 점령하는 ‘신작전수행개념’이다. 이는 이라크·아프간 전쟁에서 길고 고통스럽게 진행됐던 안정화 작전,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 고도화된 북핵 위협 등을 고려하지 않은 개념으로 실효성이 낮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앞세운 국방혁신 4.0 기본계획과는 맞지 않다. 국방개혁 2.0을 통해 새롭게 반영된 각 군의 전력소요도 미래전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전력화를 재검토해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만약 이를 그대로 추진한다면, 국방개혁 2.0의 신작전수행개념에 포함됐던 전력소요는 2060년대 이후에도 한국군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방위력개선비와 전력운영비 부담을 가중시킨다.
전자장비 비중이 증가하면서 무기체계 도입 및 군수지원비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반영된 무기는 가격이 더욱 비싸질 수 있다.
국방개혁 2.0 관련 소요를 유지하면서, 현 정부 공약인 병사 급여 인상 및 간부 처우 개선까지 진행하면 국방예산에서 고정비 비중이 늘어난다. 레이저나 스텔스 무인공격기, 차세대 지휘통제체계 등 미래 신개념 무기 개발에 필요한 예산 확보는 그만큼 쉽지 않게 된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연부액(매년 사업추진단계별로 지급하는 금액)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사업 기간을 연장시켜 전력화 지연을 초래한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 포함된 미래 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 전장환경 변화와 기술 개발 전망 등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 분야 적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미래의 변화 양상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추진하지 않는다면 개혁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싸워 이길 것이며, 승리에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를 철저하게 고민해야 국방혁신 4.0이 진정한 ‘혁신’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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