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는 끝났다’...중국이 미국을 절대 못 이기는 3가지 이유 [한중일 톺아보기]
지난 2021년 두명의 국제정치석학이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올린 글에 묘사된 중국의 모습 입니다. 이들은 현재 세계가 우려해야 할 건 떠오르는 중국이 아닌 “쇠퇴기를 맞으면서 이를 받아들이기 거부하는 중국” 이라는 이채로운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이어 “정점을 찍는 중국이 향후 10년간 원하는 바를 얻으려 더 대담하게 행동 할 수 있다”며 중국을 1914년 독일, 1941년의 일본과 동일선상에 놓았습니다.
이같은 분석 이후 정점에 달한 중국, 즉 ‘피크 차이나’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중국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과거에도 수차례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때마다 중국은 보란듯이 자국에 대한 회의론을 불식시켜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역시 피상적 중국 쇠퇴론의 반복으로 귀결될까요? 한청훤 작가는 현재 중국의 내부적 문제점을 집중 조명하며 두 학자의 우려를 단순한 기우로 치부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췌.
2021년 기준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채를 합치면 GDP의 46% 정도 인데요. 양호해 보이지만 중국은 숨겨진 부채가 있어요. 지방정부들이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이란 자회사를 세워 막대한 채권을 발행해 왔습니다. LGFV는 지방정부와 별개 법인이라 공식적으로 지방정부 채무에서 제외 됩니다.
이런 누락된 채무를 합치면 중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GDP의 100%를 넘습니다. 여기에 중국 부채의 또 다른 뇌관인 국유기업 부채까지 더하면 부채비율은 GDP의 240%에 육박하게 됩니다. 2015년 국가 부도를 맞았던 그리스도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80% 정도 였으니 엄청난거죠.
중국의 부채는 규모도 규모지만 증가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2008년 이후 겨우 13년만에 4배나 뛰었습니다. 이건 2010년대 달성한 경제성장이 생산성 향상 같은 요인 보단 자본 투자에 많이 의존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최근 지방정부에서 공무원들 월급을 못줘서 연체되는 상황이 있었고 건설 납품업체들에 돈을 못 줘서 법원에 기소 되는 사건도 있었어요. 일부 지방 은행에선 뱅크런 사태도 발생해서 예금 인출이 중단된적도 있고요. 그래서 지금 중국이 성장을 위해 부채를 더 만들어 자본을 투입 하는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중국은 선진국이 되려면 갈길이 먼데 벌써 인구문제에 봉착했습니다. 1인당 GDP가 이제 막 1만달러를 넘은 수준이니, 중국이 부자가 되기도 전에 늙었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지금 미국의 1인당 GDP가 중국의 6배 정도 입니다. 중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보다 젊어지면서 훨씬 부유한 나라를 상대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인구차를 고려해도 소득기준 선진국에 진입 못한다면 중국이 미국의 국력을 초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인구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지금은 중국이 산아제한을 폐지했지만 불과 10여년 전 제가 중국 산동성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1가구 1자녀 정책이 강력해서 강제 낙태도 비일비재 했습니다. 만삭의 임산부까지 낙태시키는 등 실무를 담당하는 계획생육국의 악명이 자자했어요. 임산부가 잠적하면 남편이나 부모님을 구치소에 가둬두고 임산부가 나타날때까지 풀어주지 않는 수법까지 썼습니다. 그랬던 중국 당국이 이젠 제발 아이 좀 낳아달라고 사정하고 있는 걸 보면 참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런 눈높이를 맞춰줄 남성은 적습니다. 여성들 눈이 워낙 높아서 중국 남성들은 연애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처럼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문화도 있고요.
여기에다 극심한 교육열과 비싼 집값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이 겪는 문제들을 중국도 겪고 있는 거고 빈부격차가 한국 보다 더 심하니 더 빠르게 나타나는 거죠.
무엇보다 중국은 한국에는 없는 후커우(户口)라는 제도적 문제가 있어요. 사전적 의미로는 한국의 호적제도 지만, 실질적 의미는 일종의 신분제로 중국판 카스트 라고 할수 있습니다. 농촌 후커우를 가진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아도 후커우 때문에 부모의 직장 거주지로 학교를 배정할 수 없으니, 차라리 안낳습니다. 후커우 차별로 겪는 고통을 자녀들에게까지 대물림 하고 싶지 않다는 거에요.
이렇다보니 이들중 상하이, 북경같은 대도시에서 결혼 같은건 포기하고 그냥 혼자서 인생 즐기고 애완동물이나 키우고 그런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중국도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상황이 닥친 거죠.그래서 한국 N포세대 처럼 탕핑족 이란 말이 생긴 것이고요. 고소득에 안정적 직업일수록 혼인율이 높아지고 결혼 출산 여부가 일종의 신분이 되는 현상이 중국은 더 심합니다.
중국에는 도시와 농촌이라는 두개의 중국이 있습니다. 중국 도시들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중국 전체 인구의 약 36%에 달하는 6억명 정도는 농촌에 살고 있어요. 2019년 기준 중국의 도시화율은 60%수준 밖에 안됩니다. 미국, 일본, 한국의 도시화율은 80%를 넘어요. 중국의 농촌 수준은 최빈국과 개도국 사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1인당 연간 가처분 소득이 400만원도 안됩니다.
중국의 교육열이 유명하지만 이건 도시에 한정되는 겁니다. 중국 농민 자녀들의 인적 개발 수준은 심각합니다. 저조한 학력과 학업성취율이 농촌의 발전과 소득향상을 가로막는 주요인이에요. 농촌 자녀들은 후커우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지내면서 교육은 커녕 기본적 보살핌도 못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대만의 경우 도시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발전함에 따라 노동력 수요가 늘어나고 저소득 농촌지역 인구가 도시로 공급되는 자연스러운 도시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런 모델이 불가능 해요. 이 또한 결국 후커우 때문 입니다. 저는 후커우가 남아 있는 한, 중국이 한국과 대만의 중진국 탈출 모델을 모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중국 통계를 보면 2013년까지 23년간 중국에서 해외로 나간 이민자수가 천만명에 육박했습니다. 반면 중국으로의 유입수는 매년 겨우 500명 수준 이에요. 게다가 제로코로나 이후 부유층의 탈출이 계속되고 있죠.
그리고 지금 중국은 농민공 조차도 포용을 못하고 있는데 이것부터 해결 해야죠. 우선 후커우 부터 개방 하든지 해야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아요. 공산당이 물론 필요성을 알고 있고 나름 해결하려해 왔지만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까요.
일단 도시 과밀화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도시 인프라와 수용력이 초과 상태인데 후커우를 다 풀었을 때 그 많은 농민공들이 전부 몰려오면 얼마나 많은 문제가 발생하겠어요. 또 후커우 기득권들의 저항도 있고요. 좋은 후커우를 가진 사람들 일수록 권력과 부를 갖고 있을텐데 지금까지 누렸던 신분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거니 가만히 안 있겠죠.
그런데 이것도 미국이 주도한 기술 봉쇄로 상당한 좌절을 맛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즉, 앞서 언급한것 처럼 중국은 지금 자본은 물론 인적 투자가 한계에 이른데다,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이 3가지 핵심성장 요소들이 다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한거고 그래서 중국 경제가 수세에 몰려 있는 겁니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이라는 것 자체가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오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분업화가 매우 정교하게 구축돼 있는데, 이 공급망에 있는 나라 대부분이 미국의 동맹국들 이에요. 즉, 미국이 반도체의 원천기술과 공급망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다 쥐고 있는 상황인데 이걸 중국에 대해 완전히 막아버리면 중국은 이 모든걸 자력갱생 해야 되는데 단기간에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중국이 지난 십수년간 반도체 굴기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과가 안 좋습니다. 게다가 너무 단기간에 많은 돈을 쏟아 부으니까 관리감독이 허술해지고 되레 부정부패에 횡령 사건들도 잇따른 상황이에요.
그런데 이 모든 난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있긴 합니다. 바로 대만을 침공해서 그 반도체 생태계를 일거에 장악하는 거죠. 경제성장과 함께 중화민족주의로 거국적 단합까지 도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국제사회가 양안에서 중국의 모험적 행보를 우려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다음 회에선 ‘미중 대립속 바람직한 대한민국 대중 외교의 방향’에 대해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의 통찰을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과 자세한 내용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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