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역사저널] 열린 세계 지향한 박제가와 ‘북학의’
백성과 경제 강조한 사상 되새겨야
‘북학의’는 박제가가 청나라 사행 경험을 바탕으로 견문한 주요 내용을 조선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내편에는 수레, 배, 성(城), 벽돌, 수고(水庫), 기와, 자기, 소, 말, 철, 골동품과 서화에 관한 내용이, 외편에는 밭, 거름, 과일, 농업과 잠업에 관한 내용과 함께 과거제도, 관직과 녹봉, 재부론(財富論), 중국 강남의 절강 상선(商船)과 통상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 병론(兵論), 북학변(北學辨) 등 북학 사상을 추구한 논설을 정리한 내용을 다수 수록하였다. 이들 글에서 박제가는 ‘북학’은 ‘생활과 백성에 직결된 학문’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는 방안으로 수레의 사용과 벽돌 이용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였다. 수레는 상업의 발달에 따른 유통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구로 인식했으며, 중국에는 벽돌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사용되어 주택, 성벽, 창고 등이 견고함을 지적하고 우리도 이것을 도입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박제가는 몸소 벽돌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여 시범을 보이기도 하였으며, 농기구의 수입과 수차 및 비료의 사용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병론에서는 군비(軍費)가 백성들의 생활과 직결되어야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여, 백성 생활과 연결해 군비를 충당할 것을 강조하였다.
박제가는 무엇보다 성리학에서 강조하는 ‘농본억말’(農本抑末: 농사를 근본으로 하고, 상업과 같은 말업을 억제함) 정책에 반대하고, 상업의 장려와 생산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경제란 우물과 같은 것이니 이를 줄곧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는 발언이나, “쓸 줄을 모르면 만들 줄을 모르고, 만들 줄을 모르면 민생이 날로 빈곤해진다”는 주장에는 상업과 수공업, 경제의 중요성이 압축되어 있다. 생산된 것이 소비되어야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논리로서, 적극적인 소비 활동을 통해 생산을 증대하자는 사상은 근대 경제학의 이론과도 흡사하다. 박제가는 해외 통상론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우선 청나라와 통상한 후 국력을 길러 해외 여러 나라와도 통상할 것을 주장하였다. 19세기 후반에 가서야 타율적으로 조선이 개항되었음을 볼 때 박제가의 주장은 시대를 앞서 나간 탁견이었음이 분명하다. 최근에 발견된 친필 초고본이 주요한 계기가 되어, 열린 세계를 지향한 박제가의 북학 사상과 ‘북학의’가 현재에 가지는 의미들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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