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사랑에 빠진 그녀…“송소희 노래 들으며 꿈 키웠죠”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3. 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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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첫 경기민요 전수자
멕시코 출신 난시 카스트로
한국문화원서 송소희 영상보고
신비감 느낀후 독학으로 공부
엄마몰래 한국와 한예종 다녀
이춘희 명장에게서 직접 전수
난시 카스트로 2023.02.27 [사진 = 박형기 기자]
“민요에는 민중의 정서와 문화가 모두 담겨있어요. 한국 민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멕시코 전통 민요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멕시코인 소리꾼 난시 카스트로(사진·29) 씨가 민요의 매력을 설명하며 이 같이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 민요를 배운 카스트로 씨는 국내외 공연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 민요를 알리고 있다. 카스트로 씨는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 명장에게 지도를 받고 지난해 외국인 최초로 경기민요 전수자가 됐다.

초등학교·중학교 때 합창단 활동을 한 카스트로 씨는 20살이던 2014년 한국 민요를 처음 접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러 다니던 멕시코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아리랑 영상을 보게 된 것이다. ‘국악소녀’ 송소희의 노래에서 신비감을 느낀 카스트로씨는 이후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민요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문화원 행사 무대에서 ‘경복궁 타령’을 부르고, 멕시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직업 연수를 받던 중 국악방송 민요 경연에 출연하기도 했다.

민요에 대한 열정은 한국 유학으로 이어졌다. 낯선 나라의 전통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소망을 어머니가 반대하자 카스트로 씨는 어머니 몰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카스트로 씨는 “그 전까지 저는 항상 어머니 말씀을 잘 따르는 딸이었다”며 “민요를 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 처음으로 일탈을 했다”고 밝혔다.

소리꾼 난시 카스트로. 2023.02.27 [박형기 기자]
카스트로 씨는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집약하고 있는 것을 민요의 매력으로 꼽았다. 서양 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K팝과 달리 민요는 수천년간 이어진 한국의 독특한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카스트로 씨는 “‘뱃노래’를 들으면 과거 한국 어부들의 삶을 알 수 있고 ‘경복궁 타령’을 부르면 경복궁 중건 당시 민중이 가졌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스트로 씨의 목표는 한국 민요를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다. 민요를 향유할 때 세계인들이 한국의 역사와 정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인 멕시코의 민요를 알리는 것도 목표다. 국토가 넓은 멕시코는 인종, 지역마다 다양한 민요가 존재하는데 보존·계승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카스트로씨는 “멕시코에는 한국처럼 무형문화재 제도가 없고 음악대학에 전통음악 전공도 설치돼있지 않다”며 “전통 민요가 잊혀져 멕시코인들이 정체성을 잃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스트로 씨는 개인 유튜브 채널 ‘난시 민요’에서 한국 민요를 들려주면서 그와 비교할 만한 멕시코 민요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카스트로 씨는 한국 민요도 K팝처럼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악은 서양 음악과 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라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설명이다. 카스트로 씨는 “한국의 전통 음악은 장단이 독특하고 오음계(한 옥타브가 다섯 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음계)를 사용하는 등 서양 음악과 차별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국악과 양악을 섞은 퓨전국악도 시도되고 있어 대중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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