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임은정 부조리에 침묵하는 건 도리 아냐”
임은정 주장에 공개 반박
최근 검사 적격심사를 통과한 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누가 누구의 적격을 심사하는지 황당하다”고 밝힌 가운데, 임 부장검사의 과거 상관이었던 현직 검사가 3일 검찰 내부망에 임 부장검사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는 임명 후 7년마다 법무부의 검사 적격심사를 받는데, 2001년 검사로 임관한 임은정 부장검사는 지난해 21년 차로 검사 적격심사 대상에 올랐다. 이 중 직무수행 능력 등이 낮다고 판단되는 검사들은 ‘심층 적격심사’ 대상으로 분류된다. 작년 초 ‘박범계 법무부’는 최근 수년간 근무평정이 최하위권이라는 등의 이유로 임 부장검사를 심층 적격심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심층 적격심사 대상자 분류는 근무평정, 복무평가 등 객관적 지표만을 기준으로 저평가자를 가려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임 부장검사는 지난 2일 법무부 검사적격심사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심사를 거쳐 검사 적격심사를 통과했다.
박철완(연수원 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임은정 검사의 검사 적격심사 통과 뉴스를 접하고’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박 연구위원은 임 부장검사와 2018~2019년 충주지청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임은정 검사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는 게 상당히 피곤할 일일 수 있는데 왜 그러는가’라는 동료 검사의 질문에 “제가 임은정 검사의 부조리한 언행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배운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그것이 실상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사회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박 연구위원은 “임은정 검사가 검사로서 자격을 유지하게 됐으니 더이상 법무부나 검찰을 악의 세력이라고 크게 ‘마타도어’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적격 판단을 한 사람은 구체적인 기관장이고, 그들의 판단을 근거로 법무부가 적격심사에 회부했다”고 했다.
임은정 부장검사에 대한 부적격 판단을 내린 건 ‘박범계 법무부’이고, 임 부장검사를 검사적격심사위원회에 회부해 검사 적격심사를 통과시킨 건 ‘한동훈 법무부’라는 것이다. 임 부장검사가 ‘한동훈 법무부’를 비난하기 어렵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박 연구위원은 “검찰청법상 검사적격심사위원회 재적 위원(총 9명)의 3분의 2가 검사의 퇴직을 건의할 수 있도록 돼있는데, 어제(지난 2일)는 재적 위원의 3분의 2인 6명만 출석했으니 위원들의 전원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 한 (임은정 부장검사에 대한) 부적격 건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위원들 전원이 일치해 자신들이 겪어보지 못한 일을 근거로 임 검사의 검사로서의 신분을 박탈하는 일에 동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검사·법학교수 등 9명으로 이뤄진 검사적격심사위는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 의결로 법무부 장관에게 퇴직을 건의할 수 있고, 법무부 장관이 이를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대통령에게 퇴직 명령을 제청하게 된다. 전날 심사에는 재적 위원 9명 중 6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석 위원 전원이 임은정 부장검사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내야 퇴직 건의가 가능했던 셈이다.
또 박철완 연구위원은 임은정 부장검사에 대해 “그간 예수의 신화를 재현 내지 흉내 내려고 했다면 그 계획은 이번에 물거품이 됐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유명인) 임은정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법무부에서) 부적격 처분을 받은 후 (법원에 ‘부적격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검사직을 유지하는 것이었을 것”이라며 “(이는) 법무부로부터 십자가형에 대응하는 검사 부적격 처분을 받고 3일만에 부활하는 것에 대응하는 행정소송을 통해 검사로서 복귀하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검사적격심사위원회가 부적격 의결을 하지 않음에 따라 검사 적격심사의 장은 마무리됐다”며 “(임은정 부장검사는) ‘예수 신화의 핵심 사건인 불의한 세력에 의한 죽음과 부활을 모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신화를 제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짊어지게 된 듯하다”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나는 임은정 검사가 그가 밝힌 대로 앞으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성실하게 비판적이면서도 열린 자세로 검사의 일을 하다 정년퇴직을 했다는 신화를 써갔으면 한다”고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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