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인사 개입’에…KT 주가 끝없는 ‘추락’
여권 나팔수 국민연금, KT 덕 지난 3년 ‘배당 잔치’
KT 정관상 ‘기업 경력’ 없는 외부인사 대표 어려워
검경 청부수사로 민간기업 압박 ‘직권남용’ 가능성
여권이 KT 차기 대표이사 인선에 무리하게 개입하면서 KT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KT가 외압에 굴복해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 의결을 취소하고 차기 대표 후보군을 원점에서 다시 추렸지만 여권은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며 경영 불확실성을 키웠다. 뿐만 아니라 검경에 KT 현 경영진 수사까지 촉구하면서 주주가치 훼손이 도를 넘고 있다.
정부·여당의 인사 개입 이후 KT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1월20일 3만6250원에 고점을 찍고 3월3일 3만450원으로 16% 하락했다. 전날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며 전·현직 KT 임원 4명의 차기 대표 후보군 선정을 비판하면서 주가는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KT 주가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인 없는 기업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한 1월30일 3만5200원, 연임이 유력했던 구 대표가 원점에서 공개 경쟁하겠다고 밝힌 2월9일 3만3950원, 구 대표가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2월23일 3만1700원 등 하향세였다.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 종목 토론방에는 “만년 저평가에 시달리던 KT가 경영권 이슈로 고점 대비 30% 폭락했다. 경영권 침탈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인식부터 잘못됐다. 주식을 소유한 다수의 주인이 엄연히 있는 사기업이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역설적으로 KT 이사회 의결로 연임이 확정됐던 구 대표를 축출할 때 “밀실 담합”이라며 맹공한 국민연금은 지난 3년간 KT 덕에 ‘배당 잔치’를 벌였다. 구 대표 임기 첫해인 2020년 KT에서 배당으로 412억원을 챙긴 국민연금은 2021년 633억원, 2022년 518억원으로 총 1563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KT 지분을 10.13% 가진 최대주주이다.
게다가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8.22%로 평가손실금이 79조6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KT 주가는 같은 기간 10.46% 상승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수익률 악화를 둔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이 -22.75%인 점까지 감안하면 KT의 기여도는 한층 더 높다.
여권이 차기 KT 대표로 밀고 있는 외부 인사들이 최종 면접 대상 후보군에서 빠진 것은 ‘기업 경영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KT 정관 제33조에는 ‘대표이사는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 또는 경영 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자 중에서 선임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경영 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거 경영실적, 경영기간’과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주된 평가 요인으로 삼고 있다.
KT 대표에 응모했던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관료와 교수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재계에 몸담은 이력은 없다.
또 윤 전 장관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가라고 말하기 어렵다. 산자부가 전체 산업을 망라하긴 하지만 정부 부처 안에서도 KT를 관할하는 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다. 과거 외부에서 영입했던 대표는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황창규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으로 ICT 주무 장관이거나 업계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여권이 검경에 ‘청부 수사’를 주문하며 민영화된 공기업을 압박하는 것도 문제다. 전날 국민의힘은 “검찰과 경찰은 KT 구현모 사장과 그 일당들에 대한 수사를 조속히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노골적인 인사 개입이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국정농단 사건 당시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씨의 지인을 KT에 입사 시켜 특정 회사에 광고를 몰아주도록 한 혐의가 드러나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진 전례가 있다.
KT는 여권 반발과 무관하게 차기 대표 선출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남은 일정은 험난해 보인다. 오는 7일 최종 후보를 발표하고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확정하는데, 현재로선 국민연금이 주총 표 대결에서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
- 경찰, 경기 안산 점집서 ‘비상계엄 모의’ 혐의 노상원 수첩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