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서울대 갈 때…학교도 한국도 떠나야 했던 피해자들

이혜영 기자 2023. 3. 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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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동급생들이 학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는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별탈 없이 서울대에 진학했지만, 10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에 노출됐던 피해자들의 삶은 크게 흔들렸다.

또 다른 피해자인 B씨는 정씨로부터 언어폭력 피해를 입은 뒤 2018년 결국 학교를 떠났다.

피해자들이 학교폭력 고통 속에 학업을 중단하고 급기야 학교를 떠나는 동안 정씨는 서울대 진학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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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피해자들, 대학 진학 못하는 등 장기간 후유증 시달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2월25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동급생들이 학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는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별탈 없이 서울대에 진학했지만, 10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에 노출됐던 피해자들의 삶은 크게 흔들렸다. 

3일 정 변호사의 아들 정아무개씨가 다녔던 강원 소재 자립형 사립고와 당시 판결문 등에 따르면, 정씨로부터 심각한 언어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은 A씨와 B씨 2명이다. 정씨와 피해자 A씨, B씨는 모두 2017년 입학한 동급생들로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다.

입학 후 A씨는 정씨로부터 지속적으로 "돼지XX" "제주도에서 온 빨갱이" 등 모욕·비하 발언을 들었다. 피해자인 A씨가 오히려 정씨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다가가는 등 여러 차례 노력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고 정씨의 폭력적 행위는 끝나지 않았다. 

A씨는 거듭된 학교폭력으로 심각한 정신적 타격을 입었고 입원 치료에 이어 극단적 시도까지 했다. A씨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고2, 3학년 때까지 치료 등으로 결석을 반복하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A씨는 2020년 2월 해당 자사고를 졸업했지만, 당해년도는 물론 이듬해인 2021년 3월까지도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피해자인 B씨는 정씨로부터 언어폭력 피해를 입은 뒤 2018년 결국 학교를 떠났다. 학교 측은 B씨가 자퇴 당시 진로를 위해 학교를 떠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후 B씨는 한국을 떠나 해외에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고 측은 "A씨는 졸업 후에도 연락하며 관심을 두고 살폈으나 2차 피해가 우려돼 2021년 3월 이후에는 연락하지 않았다"며 "연락이 끊긴 이후 피해 학생들의 진로는 더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학교폭력 고통 속에 학업을 중단하고 급기야 학교를 떠나는 동안 정씨는 서울대 진학을 준비했다. 

정씨와 그의 부모는 2018년 3월 학폭 행위로 전학 처분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했지만 이 법적 판단이 정씨 진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정씨의 부모인 정 변호사 부부가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가면서 가해자는 학업도, 대입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은 반면 피해자들은 '2차 가해'에 내몰렸다. 

1년 넘게 소송전을 벌인 정씨는 2019년 2월에서야 타 학교로 전학 갔고, 2020년 졸업 후 정시 전형으로 서울대에 진학했다. 

한편, 경찰은 아들의 학교폭력 징계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벌인 사실을 인사검증 서류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로 고발된 정 변호사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달 28일 서울경찰청에 정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지원했을 당시 아들 학폭과 관련한 행정소송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며 허위공문서 작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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