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기준 6만2000가구 훌쩍… 2년 뒤엔 ‘악성 미분양’ 폭증한다
“미분양 속도 가팔라… 준공 후 미분양 늘어나는 것 시간문제”
민간임대리츠 시장 활성화 등 정책 노력 필요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7만5000가구를 넘으면서 정부가 미분양 위험선 기준으로 제시한 6만2000가구와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정부는 ‘미분양 주택의 직접 매입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들의 자구책이 필요하고 특히 아직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괜찮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지방의 준공후 미분양이 쌓이는 것은 결국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 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7만5359가구로 전달(6만8148가구)보다 7211가구(10.6%) 증가했다. 2012년 1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 2개월 만의 최대치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7546가구로 0.4%(28가구) 늘었다.
특히 미분양의 83%는 지방에 쏠려 있었다. 1월 말 미분양 주택은 수도권에 1만2257채, 지방에 6만3102채다.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 위험선을 6만2000가구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는 지방만 놓고 봐도 위험선을 훨씬 넘었다.
그동안 중소 건설업계에서는 지방을 중심으로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직접 매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건설 중인 미분양 주택을 현행 공공 매입 가격 수준(최고 분양가 70~75%)으로 매입하고 준공 이후 사업 주체인 건설사에 환매하는 ‘환매조건부 매입’ 정책과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인 ‘매입임대주택’이 대책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확실히 선을 긋는 모양새다. 우리나라는 선분양 제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진짜 악성이라고 볼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아직 괜찮다는 이유에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먼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중소 건설업계에서는 현재 미분양이 쌓이는 상황에서 2~3년 뒤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기 때문에 선제적 매입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2021년 후반부터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물량이 중간에 모두 팔리지 않았을 때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는 시기는 빠르면 내년 중반기에서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분양 주택 수는 2021년 10월과 11월 각각 1만4000가구를 기록하다 2021년 12월 1만8000가구로 증가했다. 그 이후에는 2만가구 이상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해왔다. 2022년 9월엔 4만2000가구를 넘었고 11월 5만8000가구, 12월 6만8000가구, 올해 1월 7만5000가구 등으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처음 공공의 미분양 매입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정부가 반대한 이유는 ‘아직 미분양이 많지 않아서’라고 했는데, 2021년 12월 1만8000여 가구 수준에서 1년 1개월 만에 4배 이상 증가한 지금도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미 준공 후 미분양이 크게 늘기 시작하면 그때는 이미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분양이 잠재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과 공공에서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당장 정부가 매입하는 것이 어렵더라도 민간은 중도금 무이자나 분양가 인하 등 자구노력을 이어가고, 정부는 임대 리츠 시장을 활성화시켜 리츠가 매입해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게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장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미분양 물량들이 2년 반 이후 준공 후 미분양으로 고스란히 나올 것”이라며 “준공 후 미분양은 원가가 다 투입된 이후기 때문에 사업자의 유동성 문제가 생겨 심각성이 큰데, 그렇게 되기 전에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 모두 기존 제도 내에서 자구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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