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안 주고 버티는 집주인…"소송땐 연12% 지연이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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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난 심화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임차권 등기를 신청하는 세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최근 집주인들도 임차권등기가 부동산 등기부에 올라가면 세입자가 이사 후 지연이자를 청구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일부러 임차권등기 결정문 송달을 안 받는 경우도 있다"며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재테크로 접근하기보단 보증금을 빨리 돌려받기 위한 수단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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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최근 전세 계약이 만료됐다. 집주인은 돈이 없다며 다음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A씨는 보증금을 받지 않고 새집으로 이사했다. 전셋집을 빼기 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A씨는 보증금을 빨리 돌려받기 위해 전 집주인에게 전세금 반환소송을 걸었다.
역전세난 심화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임차권 등기를 신청하는 세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전세금 반환소송에 직면한 집주인은 연 12%에 달하는 지연이자를 세입자에게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까지 놓였다.
2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부동산 등기 신청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집합건물(아파트·빌라 등)에 대한 임차권등기명령이 신청된 부동산 수는 전국 2682건이다. 지난해 2월(616건)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만 2217건 신청됐다.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는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를 구제하기 위한 장치다. 임대차 계약 만료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법원 명령을 받아 신청한다. 세입자가 법원 집행명령에 따라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계약 만료 이후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된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수가 급증했다는 것은 그만큼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세금 반환 소송도 늘고 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체감하기에 전세금 반환 소송 문의가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며 "최근 전세금 소송 사유가 대부분 역전세난으로 인한 집주인과 세입자 간 반환 분쟁"이라고 말했다.
세입자가 전세 계약 만료 최소 1개월 전 집주인에게 해지 통보를 했다면 소송은 대부분 세입자가 승소한다. 판결이 선고되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임대인은 전세 보증금 외에 연 12%의 지연이자를 배상해야 한다. 이자는 집주인이 소장을 송달받은 때부터 추산된다. 이에 집주인이 부재로 소장을 송달받지 않으려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판결이 선고되기 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면 지연이자는 5%로 계산된다.
다만 지연이자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기존 살던 집에서 나와야 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그 집에서 살고 있는 한 지연이자는 발생하지 않는다.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와 세입자의 주택 인도 의무가 동시에 이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월세를 사는 경우라면 계약 만료 후에도 월세를 계속 내야 지연이자 청구가 가능하다.
또 집주인에게 집을 비웠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야 한다. 중개사를 통해 전달하거나 세입자 혼자 짐을 싸서 나온다면 집주인은 이사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발뺌할 수 있다. 이 경우 인도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걸로 판단돼 지연이자 청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집주인 서명이 담긴 인도 확인증을 받거나 문자메시지 등 기록이 남는 수단으로 빈집 사진과 비밀번호 등을 보내고 집주인이 이를 확인했다는 자료를 남겨놔야 한다.
이런 절차를 다 거친 경우 보증금반환 소송은 집주인을 압박하는 유효한 수단이다. 일각에선 연12%에 달하는 지연이자를 챙기며 재테크로 삼겠다는 세입자도 나온다.
엄 변호사는 "최근 집주인들도 임차권등기가 부동산 등기부에 올라가면 세입자가 이사 후 지연이자를 청구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일부러 임차권등기 결정문 송달을 안 받는 경우도 있다"며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재테크로 접근하기보단 보증금을 빨리 돌려받기 위한 수단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심목)도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며 "아파트처럼 환금성이 높거나 현금 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지출 계획에 맞게 조치하는 게 좋다"고 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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