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 권익향상 노력 ‘헛바퀴’…지위 불안 여전
52% ‘농작업 절반이상’ 담당
가사노동시간도 남성의 5배
공동경영주 제도 개선 시급
의무·권리 법규정 만들어야
양성평등 교육 확대 급선무
정부 정책 소외 방지도 필요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제정(2001년), 중앙부처 여성농 전담 조직 ‘농촌여성정책팀’ 신설(2019년), 제1회 여성농업인의 날 기념행사 개최(2022년). 농업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농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성농은 직업적·법적 지위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여성농업인 삶의 질 및 지위 실태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여성농이 농작업·가사노동뿐만 아니라 농촌사회에서 어르신 돌봄 등 다양한 노동을 수행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농의 52.5%는 전체 농작업의 50% 이상을 담당했다. 농작업의 75% 이상을 담당하는 여성농 비중도 전체의 24.2%에 달했다.
가사노동 부담도 여성농에게 집중됐다. 통계청의 ‘2019년 생활시간 조사’를 재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농의 가정관리 시간은 하루 201.9분에 달하는 반면 남성농은 37.2분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여성농의 지위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2021년 기준 농업경영체로 등록한 농업인 255만9000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45.8%로 절반에 가깝다. 반면 농업경영주로 등록한 농업경영체 약 181만3000건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53만8000건으로 29.7%에 불과하다. 즉 비슷한 수의 남녀가 농업에 종사하지만 농업경영을 주도하는 경영주는 남성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이뿐이 아니다. 2018년 기준 여성농이 본인 명의의 농지를 소유한 비율은 36.8%에 불과했다. 또 마을가꾸기, 행사 음식 준비, 어르신 돌봄 등 농촌 마을단위 여성 노동을 주도하는 부녀회장은 이장과 달리 공식적인 보수가 없다.
이에 보고서는 여성농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과제로 농업경영체 공동경영주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공동경영주는 여성농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여성농이 배우자인 농업경영주의 동의 없이도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16년 도입됐다.
공동경영주는 등록자수가 2016년 1만2000명에서 2022년 9월 15만200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 의무와 권리에 대한 명시적인 법 규정이 없어 사실상 ‘농업경영주 외 농업인’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공동경영주는 농업경영주와 달리 겸업이 금지돼 겸업률이 높은 여성농의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농의 32.1%가 겸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농의 62.5%는 ▲추가 소득 마련 ▲생활비 부족 등 경제적인 이유로 겸업을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양성평등 교육의 확대도 과제로 꼽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약 1만3000명이 여성농 특화 교육과정에 포함된 양성평등 교육에 참여했다. 하지만 양성평등 교육이 결혼이민여성 등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지면서 남성 참여율이 낮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농촌 여성이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여성긴급전화 ▲해바라기센터(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기관) ▲다누리콜센터(다문화가정·이주여성 지원기관) 등이 주로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 집중된 것을 사례로 들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가 여성농 전담 부서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편지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중앙정부의 여성농 지원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지자체의 전담 부서가 중간다리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농식품부에 농촌여성정책팀이 설치된 이후 지자체에도 조금씩 전담 부서가 생기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