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초등생 딸이 ‘반전 그림’ 그렸다고…푸틴 정권 “군 명예훼손” 아버지 체포
반전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그린 러시아 초등학생의 아버지가 군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되고 딸은 보육원에 가게 됐다고 러시아 독립언론 모스크바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240㎞ 떨어진 예프레모프에 사는 알렉세이 모스칼리요프(53)를 군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했다. 발단은 지난해 4월 딸 마샤(12)가 초등학교 6학년 미술 시간에 그린 그림이었다. 교사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들의 모습을 담은 애국적인 그림을 그리라고 학생들에게 지시했으나 마샤는 우크라이나 여성이 우크라이나 국기 앞에 서서 러시아 미사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림에는 ‘전쟁 반대’라는 문구까지 들어가 있었다.
교사가 즉각 교장을 통해 당국에 이 사실을 보고하면서 연방보안국(FSB)이 조사에 나섰다. FSB는 마샤의 아버지 알렉세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 병사들을 ‘침공 가해자’로 표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글을 쓴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425달러(약 55만원)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끝이 아니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해 12월 알렉세이를 군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개정된 러시아 형법에 따르면 군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징역 3년의 처벌을 받게 된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마샤는 이날 아버지가 체포된 뒤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알렉세이는 아내 없이 마샤를 키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세이의 변호사는 WP에 “딸이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면 아무도 아버지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쟁에 반대하는 어린이들을 탄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OVD-인포 변호사 다리아 코롤렌코는 WP에 “알렉세이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정권은 10대들을 군사문화에 길들이는 한편 전쟁에 반대하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을 일상적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 의회는 이날 군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형량을 최대 15년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의회는 이 법안을 다음달 중으로 통과시킬 계획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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