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반노조’ 노골화…‘노조 처벌’ 법령 죈다

김지환·조해람 기자 2023. 3. 2. 21: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동부, 자문단 의견 발표
“당정협의 뒤 이달 노조법 개정”
“엄정 적용”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타 노조 권리침해 형사처벌
조합원 회계 정보요구권 강화

윤석열 정부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노조 회계를 겨냥한 여론몰이를 이어가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2일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문단이) 오늘 발표한 법·제도 개선 방향을 토대로 당정협의를 거친 뒤 노조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문단은 우선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노조 회계 공시 활성화, 회계감사원 전문성·독립성 확보, 조합원 정보요구권 강화, 회계감사 실시 사유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문단은 “ ‘잠재적 조합원’인 미가입 노동자의 노조 선택권 보장을 위해 회계 공시 활성화 추진”을 제안했다. 조합원뿐 아니라 비조합원도 회계정보에 접근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자문단은 법 개정 전이라도 노조 회계 공시 활성화를 위해 노조 회계 가이드라인 마련, 공시 이행 노조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보조금 지원 시 우대)이 필요하다고 봤다.

자문단은 회계감사원 자격·선출 방법에 대한 제안도 내놓았다. 회계감사원 자격을 회계 전문성이 있는 이로 제한하고, 일정 규모 이상 노조의 회계감사원은 공인회계사 등 자격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다. 자문단은 조합원 정보요구권을 강화하고,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자문단은 다음으로 “노조의 노동3권 침해행위”를 규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문단이 구체적 사례로 “산별노조의 하부조직 탈퇴 방해, 폭행·협박 등으로 다른 노조나 노동자의 조합활동 방해, 다른 노조의 요구에도 교섭대표노조의 합리적 이유 없는 교섭 거부” 등을 들었다. 아울러 자문단은 노조가 사용자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 월례비 등 건설노조 사례를 나열한 뒤 형사처벌 등 제재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자문단장을 맡은 김경율 회계사는 “노조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민주적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균형적 시각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회계감사원 자격을 공인회계사·회계법인 또는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 등으로 구체화하고, 결산결과 및 운영상황 공표 시기를 매년 회계연도 종료 후 일정 기간 이내로 한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도 이달 중에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노동계는 노조가 노조법에 따라 이미 조합원들에게 회계장부를 공개하고 있는데 마치 노조 회계가 불투명한 것처럼 호도하려고 정부가 무리수를 둔다고 비판한다.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에게 공시하는 제도는 이미 충분하게 마련돼 있다”며 “노동부가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의 선택권을 위한 공시제도 마련을 주장한다면, 회원 가입이 열려 있는 모든 단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계감사원 전문성·독립성에 대해선 “민주노총과 소속 산별조직은 회계감사를 대의원대회에서 선출한다. 임원 선출 절차와 별개로 진행하며, 회계감사 활동 역시 독립적으로 이뤄진다”며 “공인회계사 등 조합원이 아닌 외부에 노조 활동에 관한 세부자료를 넘기라는 것은 그 자체로 노조 자주성 침해”라고 했다.

■한국노총 “사용자 부당노동행위엔 눈감는 게 정부의 법과 원칙”

노동계는 노동부가 노조의 일부 불법·부조리만 부각한다고 비판했다. 노조의 불법·부조리보다 최소 5배 넘게 접수된 사용자의 불법·부조리 신고에는 눈을 감고 노조에만 ‘불법’ 꼬리표를 붙인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지만 노조에만 그 법과 원칙을 들이민다”면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선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구색만 맞추고,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가며 노조를 망신 주기 위한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자의 불법에는 눈감고, 노조에는 없는 법도 만들어서 탄압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노동개혁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

이정식 장관은 “법을 일관되고 엄정하게 적용하는 것을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정부의 법치를 신뢰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법 적용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환·조해람 기자 bald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