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부조리 신고가 85%인데...정부 "노조 불법 개선해야" 재차 강조

곽주현 2023. 3. 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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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말 개설한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근거로 정부가 노동조합 불법행위 개선을 재차 강조하자 '아전인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장관은 노조 부조리 근절 필요성을 강조하며 "올해 1월 26일 개설한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한 달여 만에 총 301건의 불법·부당행위 신고가 접수됐으며, 조합원 협박, 노조 회계자료 미비치 등 다양한 사건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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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신고 301건 중 노조는 41건 불과
노조 부조리만 구체적인 사례 제시
"사용자 갑질 등 문제...노조 개혁에만 치중"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불합리한 노동관행 법제도개선 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올해 1월 말 개설한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근거로 정부가 노동조합 불법행위 개선을 재차 강조하자 '아전인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85% 이상이 사측의 불법·부당행위로 집계됐는데, 정부는 노조 부조리 사례만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일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 이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법제도 개선 방안을 밝혔다. 자문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 재정 투명성을 강조하자 올해 초 고용부가 산하에 꾸렸는데, 주로 노조 회계 투명성 문제에 초점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다. 단장도 회계사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가 맡았다.


"노조 불법행위 신고 다양하게 접수"...실제로는 사측 불법행위 신고 85% 이상

이 장관은 노조 부조리 근절 필요성을 강조하며 "올해 1월 26일 개설한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에 한 달여 만에 총 301건의 불법·부당행위 신고가 접수됐으며, 조합원 협박, 노조 회계자료 미비치 등 다양한 사건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보도자료 가장 앞머리에도 노조 비리 및 부당행위 사례를 여러 가지 소개했으며, 신고 사례 중 노조 부당행위 20여 가지를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한데 센터에 접수된 301건 중 '집단 노사관계 관련'은 51건(16.9%)이었다. 그중에서 사용자 부당노동행위를 제외하면 노조가 신고 대상인 것은 41건(13.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임금체불이나 직장 내 괴롭힘·부당해고·최저임금 위반 등 개별 근로관계 관련 신고(250건)로, 사용자가 신고 대상이었다. 특히 신고센터 설립 2주 동안 들어온 신고 대부분(90% 이상)은 사측 고발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노조 조직률이 14%밖에 안 되니 상대적으로 사측 부당행위 신고가 많은 것"이라며 "지난달 말까지 접수된 내용이고 이제 시작 단계라 엄정하게 처리하면 앞으로도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례들을 신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신고 내용 대부분이 사용자 측 부조리에 대한 신고임에도 발표 내용은 노조 개혁에만 치중돼 실제 노동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원청 사용자 갑질, 불합리한 포괄임금제 등 지속적으로 문제되는 상황에 대해 신속하게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 회계 공시제도 확립..."3월 중 노조법 개정 추진할 것"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불합리한 노동관행 법제도개선 방향 기자 간담회를 마치고 김경율 노동관행개선 자문단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자문회의가 내놓은 대책 6가지는 모두 노조 개혁 방안이었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은 올해 3분기가 목표이고, 이날 대책에도 그 내용이 담겼다. 김경율 단장은 "현재 소득세법 시행령에 의하면 지정기부금 단체 중 노조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시 의무가 있다"며 "타 단체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노조도 회계 공시를 하는 것이 입법적으로 타당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회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시 이행 노조에 보조금 지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으로 공시를 유도할 예정이다. 회계감사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조합원 정보요구권을 강화하는 방식의 법안 개정도 준비 중이다.

자문회의는 노조 내 불법행위 근절 방안도 내놨는데, 대표적으로 노조가 다른 노조나 근로자의 노동 3권을 침해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등의 제재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제안된 대부분 조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뿐 아니라 소득세법까지 손대야 하는데, 양대노총이 정부 입장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여야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법 통과가 필요한 내용과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부분을 가지치기해 이달 중 당정협의를 통해 (시행령 개정안부터) 입법예고할 것"이라며 "노조 회계감사인의 자격과 선임 절차 등은 시행령으로 규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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