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돋보기] 스웨덴 발렌베리는 왜 SK쉴더스를 인수했나?

김혜경 2023. 3. 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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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안기업에 대한 가치 재평가 기대...자본 투자 촉진 위한 펀드 조성도 진행

[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SK쉴더스가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사모펀드인 EQT인프라스트럭처에 매각됐다. 글로벌 자본이 한국 보안기업을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보안업계는 이번 빅딜을 계기로 자본시장에서 국내 보안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SK쉴더스 외에도 외국 자본의 추가 투자 사례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SK쉴더스가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EQT인프라스트럭처에 매각됐다. 글로벌 사모펀드가 한국 보안기업을 인수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픽사베이]

◆보안시장 '큰손' 사모펀드들…SK쉴더스 빅딜도 연장선상

SK스퀘어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EQT가 SK쉴더스의 지분 68%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EQT는 SK스퀘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일부와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의 지분 전체를 약 2조원에 인수했다. SK스퀘어는 32%를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로서 EQT와 SK쉴더스를 공동 경영한다는 방침이다. 기업결합심사 등 각종 정부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는 데는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년째 글로벌 보안 시장에서는 사모펀드들이 주도하는 인수합병(M&A)이 늘었다. 토마 브라보는 기술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대표적인 사모펀드다. 2019년에는 39억 달러에 소포스를 사들였으며, 2021년과 지난해에는 프루프포인트(123억달러)와 세일포인트(69억달러)를 각각 인수했다.

EQT는 200개 포트폴리오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산업 영역은 통신‧디지털 인프라와 헬스케어, 부동산, 에너지, 운송 등으로 광범위하다. 보안의 경우 글로벌 물리보안 기업 시큐리타스와 이스라엘 사이버보안 기업 CYE, 스위스 보안업체 오픈시스템즈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EQT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비롯해 융합보안 등 중장기적 사업 시너지를 위해 SK쉴더스를 선택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사모펀드의 공격적인 M&A 행보는 글로벌 보안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SK쉴더스 인수 건도 이 같은 글로벌 흐름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저평가된 국내 보안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물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한 IT기업 IR 담당자는 "자본시장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의 사이버보안 시장은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이 유입되기 어려운데 가장 큰 이유는 덩치가 너무 작기 때문"이라며 "이번 대형 사모펀드 투자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보안기업이 '돈이 되는 투자처'라는 인식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하나의 벤치마킹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SK쉴더스 입장에서는 ADT캡스 위주의 물리보안이 아닌 인포섹 중심의 사이버보안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지난해 IPO 진행 과정에서는 물리보안이 좀 더 부각되는 분위기였는데 해외 사모펀드들은 사이버보안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이는 전체적인 산업 성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수 후 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사모펀드 사업 특성상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수성이 존재하는 보안기업의 사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투자한 것인지 적당히 키워서 다시 매각하는 것이 목적인지는 현 시점에선 아무도 모른다"며 "글로벌 보안기업 시만텍이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쪼개기 매각을 겪는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보안 펀드' 조성도 힘받나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는 올해 사이버보안 펀드 조성 등 국내 보안산업 몸집을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은 부각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영세한 기업이 많고, 유망 기업도 가능성에만 머물고 있어 자본 유입을 통해 기업과 시장 성장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는 것.

이동협 협회장은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해외에서도 한국 보안기업들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가능성에만 그친다는 기업이 많다는 평가도 나온다"며 "자본 유입으로 시장과 기업 성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의 보안 산업은 이같은 단계가 생략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면 사이버보안 펀드를 조성해 자본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협회 측은 정부 모태펀드뿐만 아니라 민간과도 관련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사모펀드 투자 건이 하나의 계기로 작용, 보안기업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보안 시장에 글로벌 투자사가 참여하거나 자금이 대폭 유입된 사례는 지난 20년 동안 전무했다"며 "외국 투자자는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보안기업이 물망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hkmind90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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