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 견디고 더 세진 영암씨름단…김기태 감독 “씨름 부흥 주역 되겠다”

김지섭 2023. 3.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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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영암군민속씨름단이 해체 위기를 딛고 더 단단해졌다. 올해 2개 대회에서 6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씨름 어벤저스'로 군림하고 있다. 영암군민속씨름단 제공

씨름계 최고 인기와 실력을 자랑하는 영암군민속씨름단이 외풍을 견디고 더 단단해졌다. 팀 존폐 이슈 속에서도 안방 전남 영암에서 열린 설날대회 당시 세 체급(금강·한라·백두)을 쓸어 담았고, 존치 결정이 난 이후 첫 대회인 문경대회에서도 3관왕(한라·백두·단체전)에 올랐다.

영암군민속씨름단을 이끄는 김기태(43) 감독은 지난 1일 통화에서 “창단 7년째 68번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썼다”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트레이너가 각자 역할을 잘 해줬다. 모두가 대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신예 김민재(21)와 차민수(22), 베테랑 최정만(33)과 최성환(31) 등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다”면서 “(전신 현대코끼리씨름단부터 이어진) 전통을 무시 못 한다”고 자부했다.

그간 김 감독은 말 못 할 마음고생을 했다. 2017년 창단 때부터 출전하는 대회마다 두세 체급을 석권하고, 활발한 방송 출연 등으로 씨름과 영암군을 전국에 널리 알렸던 팀이 갑작스럽게 해체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씨름단 운영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문제 제기에 지난해 11월부터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다행히 씨름단 운영 효과가 크다는 판단으로 지난 20일 존치 결정이 났다.

영암군민속씨름단이 공론화를 계기로 더욱 똘똘 뭉쳤다. 영암군민속씨름단 제공

현역 시절 해체를 두 차례(2004년 LG, 2016년 현대코끼리씨름단)나 경험했던 김 감독은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자체가 열심히 잘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미안했다”며 “안방에서 1월 설 대회를 앞두고 심리적인 안정을 주기 위해 ‘운동에만 전념하자. 혹여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너희들은 갈 곳이 많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설 대회는 최정만 차민수 김민재가 나란히 꽃가마를 타며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홈 팬들도 매 경기 체육관을 가득 채워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김 감독은 “사실 존폐 결정은 설 대회 성적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다. 그간 해온 선수들의 공적과 군민을 믿고 있었고, 실제 군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론화를 거치면서 씨름이라는 주제로 모두가 똘똘 뭉치게 됐고, 팀도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씨름단 운영을 반대하는 여론도 김 감독은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씨름을 다르게 보는 시선이 있으니 지역민들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많은 숙제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감독은 “제2의 씨름 부흥을 위해 중심에 서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종전에는 ‘밑거름이 되겠다’는 표현을 썼지만 이제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현역 시절 ‘모래판 폭격기’로 불렸던 스타 출신 김 감독은 지상파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김 감독을 보좌하는 윤정수(38) 코치는 구독자 약 32만 명을 거느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먹방’에 선수들을 종종 출연시키고 있다.

'모래판 괴물'로 대형 스타 재목으로 꼽히는 김민재. 대한씨름협회 제공

김 감독은 “선진 국가일수록 전통문화 유산을 지켜간다. 이게 국민의 힘, 나라의 힘”이라며 “많은 씨름 팬을 확보해서 좋은 에너지를 얻고 싶다. 예능이나 씨름 방송에 적극 출연한 이유도 단지 씨름을 알리기 위해서다. 미디어의 관심이 없으면 씨름의 부흥은 오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스타 만들기에도 진심이다. 씨름 하면 아직도 떠올리는 인물은 이만기, 강호동이다. 김 감독은 “스타가 없으면 스포츠도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이 꽂힌 선수는 역시 최근 가장 뜨거운 김민재다. 축구 선수 김민재에게 ‘괴물’이 붙는 것처럼 지난해 37년 만의 대학생 천하장사에 오른 김민재는 ‘모래판 괴물’로 통한다. 김 감독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하는 완벽한 기량을 갖춘 선수”라며 “모래판 위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많은 팬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방송에서 (김)민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웃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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