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31절 기념사에 "이완용과 무슨 차이냐" 분노

조현호 기자 2023. 3. 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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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협력파트너 발언에 진중권 "친일절, 한국 아닌 일본 대변"
이재명 "귀를 의심케해" 박홍근 "尹, 이완용과 무슨 차이?" 오영환 "친일대통령이냐"
정의당 "104년 전 친일지식인 같은 말 독버섯처럼 되살아나…자학사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104주년 기념사에서 우리가 세계사 변화에 준비를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며 일제 식민지 침략을 우리 책임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큰 파문이다.

'이완용을 비롯한 104년 전 친일지식인들이 31운동에 나선 순국선열들을 비하하던 말과 다르지 않다', '31절 기념사냐 친일절 기념사냐', '한국 대통령이 왜 한국 국민이 아닌 일본 국민을 대변하느냐', '이완용과 뭐가 다르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 그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지도 않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 실질적 현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또한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해법 촉구 역시 없었다. 일본 침략을 비판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비판이 이틀째 터져나왔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난 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윤 대통령 기념사를 두고 “사상 최악의 기념사”라며 “31절이 아니라 친일절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보수정권에도 이런 적은 없었다”며 “(대일 문제가 크게 세가지로) 첫째는 과거사 문제, 두번째 배상문제, 세 번째가 오염수 방류문제인데, '너는 우리가 뽑은 우리 대통령인데, 우리 국익을 지켜야 하고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이 사람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일본을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진 교수는 '세계사의 변화에 적응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고 한 부분을 두고 “이건 그때 세계사의 변화를 제대로 봤던 놈들이 친일했던 거다. 그래서 나라를 넘겨줬다”며 “그놈들이 '딱 봤더니 세계사 이렇게 돌아가네, 그러니까 버리고 친일하자' 그래서 나라팔아먹었다”고 반박했다. 진 교수는 31절에 일장기를 게양한 사람이 등장한 것을 두고 “걱정된다”며 “의식의 우경화 현상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우리와 파트너가 됐다는 발언을 두고도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 즉, 군국주의 침략의 역사에 대한 반성의 촉구, 군국주의 착취로 인한 피해에 대한 배상의 요구는 빠져있다”며 “그 파트너가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했고, 그 보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건 정말로 헛걸려서 묻는건데, 매사 강경대응 좋아하는 이 정부가 왜 하필 일본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지는걸까”라며 “현 정부의 우익 이념적 편향에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트위터에서 “일제강점의 책임이 조선 스스로에게 있다는 주장을 '내인론'이라고 한다”면서 “일제침략 정당화에 쓰였던 그 사관이다. 3.1절 공식 기념사를 듣다가 귀를 의심했다. 선열 앞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참으로 충격적”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조선이 식민지가 된 것은 구한국이 힘이 없었기 때문이며 세계적 대세에 순응하기 위한 유일한 활로'라던 매국노 이완용의 말을 내놓으며 박 원내대표는 “'우리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다'고 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제104주년 기념사와 매국노 이완용의 말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모두 일제의 강점과 지배를 합리화시키는 식민사관”이라며 “일제의 식민지배에 전 국민이 항거한 날, 대한민국 헌법전문에 명시한 숭고한 항쟁의 정신과 건국이념을 부정하는 대통령의 기념사”라고 성토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지난 1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두고 친일절 기념사인지 헛갈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한판승부 영상 갈무리

일본이 협력파트너가 됐다는 발언에도 박 원내대표는 일본이 “반도체 관련 수출규제조치라는 치졸한 방법에도 모자라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을 부정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배상도 거부하고, 31절을 맞은 어제까지도 일본의 사과와 반성은 없었다”며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에 대한 해법은 그 어디에도 없는데, 이 사실을 윤석열 정부만 필사적으로 모른척하며 협력파트너 운운하고 있는 것이냐. 결국 기념사를 통해 대일본 굴종외교만 재확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윤 대통령의 발언과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고 한 발언을 매국노 이완용의 발언에 빗대었다. 이완용이 '조선이 식민지가 된 것은 구한국의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고, 31운동 당시에는 '시위를 한다고 바뀔 것 같냐, 우리는 힘이 없으니 일본 덕을 보는 게 맞다'고 주장한 발언을 들어 김 위의장은 “매국노 이완용의 발언과 정진석 비대위원장, 윤 대통령의 발언은 그 인식의 궤가 같다”고 비판했다. 김 위의장은 “일본을 앞에 두고 파트너 운운하는 윤 대통령과 매국노 이완용이 무엇이 다른지 국민들은 우려가 크다”며 “한일 관계 앞날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친일세력의 논리”라며 “2023년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친일파이냐”고 반문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연 정책조정회의에서 매국노 이완용의 과거 발언과 윤 대통령 및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비교하며 이들의 발언이 인식의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정의당도 비판하고 나섰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일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우리 나라는 인구도 적고 나라도 좁다. 한일 우호만이 조선 민족의 유일한 활로다', '관용의 마음으로 아량을 크게 갖고 가급적 그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한 31운동 당시, 친일 지식인들의 발언을 들었다. 이 대표는 “이들이 눈 앞에서 벌어진 동포의 고통을 한사코 외면하며,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며 “그 후로 104년이 흐른 지금, 만세운동을 자제하자던 이 논리는 독버섯처럼 다시 살아났다. 대통령 31절을 기념사를 듣는 내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바로 전날, 정부의 강제징용 졸속 합의에 반대한 양금덕 할머니와 피해자들의 절절한 외침은 사라지고, '못나서 지배당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과 '이제는 협력하는 파트너' 일본만이 남았다”며 “통치자의 역사인식이 비뚤어지면, 외교전략도 파탄난다는 사실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과거사 해결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허망한 단념사였다”며 “역사관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자학사관 궤변사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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