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얼마 전 11억에 팔렸는데…호가는 18억?"

김서온 2023. 3. 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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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부동산 시장서 매도-매수인 희망 가격 차이 좁혀지지 않아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실거래가와 호가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11억원에 매매된 아파트 단지에서 같은 면적대 매도 호가가 18억원에 달할 정도에요."

부동산 침체 국면이 길어지면서 매도인과 매수인간 호가 차이가 심화하고 있다. 같은 단지 같은 면적 아파트 호가 차이가 7억원까지 벌어질 정도다.

중저가 아파트들이 즐비한 신대방삼거리역 인근. 오랜 기간 거래절벽에 시달리다 최근 실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일대는 지난해 5월 개통한 샛강역(여의도)과 관악산역(서울대)을 잇는 신림선 개통으로 최대 수혜지 중 한 곳으로 평가받았으나, 금리 인상과 각종 부동산규제, 대출 규제 여파로 거래가 전무했던 곳이다.

신림선 개통 호재와 중저가 단지가 밀집해 서울에서도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2~3년간 거래가 발생하지 않은 단지들이 대다수다. 최근에는 이 일대 대장주로 평가되는 두 아파트 단지에서 실거래가 발생,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가격대에 거래됐다.

서울 동작구 일원 보라매e편한세상 단지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신대방삼거리역 인근 대표 단지 '보라매e편한세상(신대방동)' 전용 133.30㎡는 지난달 11억6천만원(14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단 한 건의 거래 이뤄지지 않았던 단지다. 2021년 7월 15억8천500만원(10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약 4억2천만원 떨어진 가격에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약 3년 전인 2020년 6월 11억9천800만원(11층)에 거래된 것과 비슷한 가격대다.

하지만 호가는 이 같은 실거래가와 차이가 크다. 현재 호가는 14억~18억원대로 최대 7억4천만원이 높다.

단지와 맞닿아 있는 '보라매삼성(봉천동)' 전용 84.84㎡는 이달 18일 7억9천만원(1층)에 거래됐다. 동일면적대 매물은 지난해 모두 4건이 9억5천만원(10층)~9억8천400만원(15층)에 팔린 바 있다. 최근 거래 물건이 저층인 점을 고려하면 2021년 1월 거래된 7억8천3만원(2층)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2020년에는 1층 매물 2건이 7억9천500만원, 6억1천650만원에 거래됐다.

호가는 실거래가와 딴판이다. 현재 동일면적대 기준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이 높은 8억원 후반대~11억원대로 나와있다.

신대방삼거리역 인근 B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2~3년 전세를 제외하고는 이 동네에서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들어 집값이 크게 내려간다고 하니, 급매 위주로 거래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근래 이례적으로 거래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집주인들이 상승장 시절 수준으로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급매, 저가 매물이 소진되면서 호가가 조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아무래도 실수요자들과의 온도차는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G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로 거래된 저가의 거래가 호가에 그대로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나 최근 금리 동결, 규제 완화에 따른 반등 전망이 나오면서 그 기대감이 더 큰 폭으로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실거래가와 호가 사이 간극으로 발생하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출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상 동결 등 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정부의 신호에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고물가, 경기침체 등 시장 불안 요소가 시장 전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책임연구원은 "최근 거래량이 소폭 증가하는 분위기에 기준금리가 현행 수준으로 동결돼 시장에서는 매수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아직 매도·매수인 간의 희망 가격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라서 급매물 소진 후 추격매수에 따른 가격 반등 움직임이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매수자들의 의사결정에 주효한 다주택자 대출규제 완화, 기준금리 인상 동결 등이 맞물렸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고물가,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산재해 당장 추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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