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한다고 여행 못 가나” 3·1절에도 일본행 항공편 ‘불티’
편의점들 ‘하이볼’ 신제품 등 마케팅 강화…‘슬램덩크’ 흥행도 계속

직장인 박모씨(28)는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일본 도쿄로 2박3일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숙소는 인터넷으로 70% 할인하는 호텔을 예약했고 엔화는 100엔당 950원대에틈틈이 바꿔뒀다. 박씨는 “일본 여행 필수품이라는 산토리 위스키에 사론파스 등을 사러 ‘돈키호테’에 갔는데 모두 동이 나 있었다”면서 “3·1절과 노(NO)저팬 불매운동은 일본 여행과 별개라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무비자 입국과 엔저 분위기를 타고 일본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이 급증하는 등 일본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본산 위스키는 물론 애니메이션 <슬램덩크>까지 한국인들의 열기로 일본 열도가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1일 여행·유통 등 업계에 따르면 단거리 노선 중심의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본 특수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3·1절 당일에도 일본행 항공편 예약률이 90%를 넘는 등 폭발적 인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일 양국의 공식 집계 결과, 일본을 찾는 외국인 중 한국인의 비중도 40%에 가깝다.
제주항공은 일본행 수요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1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진에어도 같은 기간 1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1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일본 무비자 입국으로 빗장이 풀리면서 오사카와 도쿄가 해외여행 1·2위를 다투고 있다”며 “오는 3월26일부터는 인천~마쓰야마와 시즈오카 노선을 포함해 12개 한·일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의점들은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 초 출생자)를 겨냥해 일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하이볼’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하이볼 캔을 신제품으로 내놓는 등 젊은 고객 사로잡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에서 유래한 하이볼은 위스키 ‘산토리’에 탄산수와 얼음을 넣어 마시는 일종의 칵테일이다.
GS25는 일본식 튀김 오마카세로 유명한 식당 쿠시마사와 손잡고 쿠시마사 원모어 하이볼과 유자소다 2종을 500㎖ 대용량 캔으로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출시 2주 만에 10만캔 이상 판매되는 등 GS25 칵테일 30여종 상품 중 매출 1·2위를 달린다.
CU는 지난해 캔 하이볼 2종을 출시한 지 3일 만에 초도물량 20만개를 팔아치우는 등 지난 2월 누적 판매량 150만개를 일찌감치 넘겼다. 세븐일레븐도 제주도 대표 음식점과 손잡고 캔 하이볼을 선보였고, 이마트24는 일본산 위스키 2종을 단독으로 내놨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하이볼은 ‘위스키 성수기’를 만든 일등공신”이라면서 “일반 주점 대비 40~50% 가격이 저렴한 하이볼 캔은 휴대와 보관이 간편해 집은 물론 여행지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인기 만화 <슬램덩크>를 스크린에 옮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적 관객 수 364만명을 넘어서며 일본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를 넘보고 있다. 지난 1월4일 개봉할 당시에는 30~40대를 중심으로 각광받았지만 최근에는 10~20대로 관객층이 넓어지는 추세다. CGV는 오는 4월 전국 17곳 아이맥스(IMAX)관을 통해 대형 스크린의 몰입감으로 관객 호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저팬 불매운동에 눈치를 보던 기업들이 3·1절에도 일본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자 반색하고 있다”며 “너나 할 것 없이 흥행 보증수표인 일본 관련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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