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원연, '에너지 구두쇠' 다중저항 기억 산화물 반도체소자 개발
국내 연구진이 금속(도체)에서 절연체로 상전이를 일으키는 물질의 전기저항 변화를 이용, 다진법을 구현할 수 있는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개발 기술은 뇌 신경을 모방한 스위칭 메모리 소자로, 이를 활용해 초저전력 고성능 컴퓨팅 구현이 가능하다. 향후 차세대 뉴로모픽 컴퓨팅 구현은 물론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개발 등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신형식)은 홍웅기 연구장비개발부 박사팀이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 화학소재솔루션센터 장훈수 박사와 공동으로 뇌 신경 신호 체계를 모방한 병렬 구조 나노소자를 제작해 상전이 특성을 이용한 다중저항 스위칭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IoT, AI 등 현대 컴퓨팅 기술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데이터 규모가 커지면서, 인간 뇌를 모사해 컴퓨팅 시스템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려는 연구가 한창이다.
바로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이다. 뇌신경은 뉴런과 뉴런 사이에 병렬로 연결된 시냅스를 통해 유의미한 자극이 있을 때만 인근 뉴런에 신호를 전달하고, 다른 신호는 무시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이러한 과정을 모방해 폭팔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를 효율적이면서도 저전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시냅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재로 이산화바나듐을 사용했다. 이산화바나듐은 바나듐과 산소가 1대 2 비율로 결합된 산화물 반도체다. 온도나 압력 등 외부 자극에 의해 금속상에서 절연체상으로 전기적 특성이 바뀌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이산화바나듐은 특정한 형태로 실리콘이나 유리 등의 기판 위에 있을 경우 기판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발생하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결정구조의 변화가 생긴다. 이 때 금속-절연체 상들이 혼재되서 나타나는데, 외부자극에 따라 생성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공동연구팀은 금속-절연체 간 상전이를 일으키는 이산화바나듐을 전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600나노미터 길이 통로로 활용해, 여러 개 단위 소자로 이뤄진 병렬 구조로 제작했다.
이러한 연결은 인간 뇌의 여러 개의 셀(세포)가 서로 이어져 있는 뉴런-시냅스 구조를 모방한 것이다. 뉴런의 스파이크 신호가 다양한 연결 강도를 갖는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 신호를 전달 하듯이, 병렬 구조의 이산화바나듐에서 외부자극(열, 전기)에 의한 금속-절연체 상의 생성 비율이 달라지는 점을 활용해 시냅스의 연결 강도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0과 1의 이진법 기반의 컴퓨팅이 아닌 여러 가지의 저항 상태를 표현·저장할 수 있는 스위칭 메모리 소자 개발에 성공했다.
이산화바나듐 나노소재의 온도에 따른 상변화 과정은 결정구조 변화에 따른 분광 신호와 전기적 특성을 관찰할 수 있는 라만복합현미경을 활용, 멀티레벨 저항변화의 메카니즘 해석은 전산모사 모델링을 통해 진행했다. 또한, 이번에 개발한 멀티레벨 메모리 소자는 이진법 기반 컴퓨팅 시스템 대비 최소 2배 이상 데이터 저장·처리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홍웅기 기초지원연 박사는 상전이 나노소재 합성 및 뇌신경 뉴런과 시냅스를 모방한 병렬 구조의 나노소자 제작 및 특성 평가를 담당했다. 화학연 장훈수 박사는 나노소자의 상전이 및 저항변화 결과를 기반으로 전산모사 모델링 기반 메커니즘 해석을 진행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관 연구장비개발부 운영사업, 연구장비개발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선행융합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미국 화학회 '응용재료 및 계면' 온라인판에 14일 게재됐다.
홍웅기 박사는 “차세대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에 있어서 다양한 신소재들이 연구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에 사용된 이산화바나듐은 뉴로모픽 컴퓨팅 구현을 위한 대표적인 차세대 소재로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며, “향후 저항 변화형 시냅스 소자 기반의 이종접합 집적소자 제작, 적합한 뉴런 구조 형성, 정보의 비휘발성 제어, 머신러닝 접목 가능성 등 체계적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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