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확 바뀐 기념사…尹대통령, 첫 3.1절서 '미래' 강조

박종진 기자, 박소연 기자 2023. 3. 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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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01.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미래지향적인 대일 관계의 비전을 밝혔다. 세계적 복합위기를 맞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게 바로 3.1운동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표적으로 한미일 협력을 내세우며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고 강조했다. 양국관계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인 강제징용 문제와 같은 구체적인 현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자유와 미래' 담긴 1200여자 기념사…"미래 준비 못하면 과거 불행 반복"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내 유관순 기념관에서 애국지사·독립유공자와 유족, 주요 공직자와 각계 대표, 주한외교단, 시민 등 1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했다. 코로나 사태로 3년간 비대면 소규모 행사로 진행되던 기념식이 다시 대규모 현장 행사로 복원됐다.

윤 대통령의 이날 기념사는 5대 키워드 '자유'(8번 언급) '헌신'(4번) '기억'(4번) '미래'(5번) '번영'(4번)을 바탕으로 1300여자로 구성됐다. 윤 대통령 특유의 간결한 연설문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마지막 3.1절 기념사(6300여자)에 비하면 1/5 정도이고 윤 대통령 자신의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3600여자)와 비교해도 1/3 정도 분량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01.

기념사의 핵심은 키워드대로 '자유로운 민주국가를 세우기 위한 순국선열들의 헌신을 반드시 기억하면서 번영을 위해 오늘날 우리가 할 일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협력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란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아픈 역사의 원인도 기본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우리가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일본, 군국주의 침략자→협력 파트너로" 한미일 협력 강조
윤 대통령은 "지금 세계적인 복합 위기, 북핵 위협을 비롯한 엄혹한 안보 상황, 그리고 우리 사회의 분절과 양극화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오늘날 우리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며 "특히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서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좌석 두번째 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참석해 있다. 2023.03.01.

자유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 연대가 3.1 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서 우리와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공동 번영에 책임있는 기여를 해야 한다"며 "이것은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우리 선열들의 그 정신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영광의 역사든, 부끄럽고 슬픈 역사든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지키고 준비하기 위해서"라며 "우리는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을 기억하고 우리 역사의 불행한 과거를 되새기는 한편 미래 번영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고 김언배 독립유공자의 딸 김종순 씨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01.
구체적 현안 언급은 안해…미래지향적 관계개선에 역점
양국이 조율 막바지 단계에서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강제징용 문제 등 현안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한일관계 정상화를 놓고 민감한 시기인 만큼 미래지향적 협력관계의 대원칙만 밝히고 구체적 개별 사건은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향해서도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라는 표현을 쓴 것 외에는 적대적 언급을 자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때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한일관계를 넘어서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고 질타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미래세대를 위한 안보, 경제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모든 면에서 한일관계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고 이런 인식이 종합적으로 기념사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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