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배제한 KT 이사회 '초강수'...국민연금 설득이 과제

김승한 기자 2023. 3. 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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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 면접대상 후보자를 전현직 KT사장들로만 꾸리는 강수를 뒀다. 구현모 현 대표가 여권의 압박에 결국 물러나면서 정치권 유력설이 가시화됐지만, 고집스럽게 맞서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낙하산' 논란을 차단하고 정권 교체 때마다 외풍에 시달려 온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KT 안팎에서도 '이 정도면 합리적인 후보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사회가 여권의 의중에 반기를 든 모양새인 만큼, 최종 1인이 선정되더라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동의할지 여전히 미지수다.

정치권 배제한 이사회 초강수
KT는 28일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60),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58),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62), 임헌문 전 KT매스총괄 사장(63) 등 4인의 숏리스트(압축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이날부터 이사회가 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이들 4인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 후 내달 7일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 발표한다. 이후 3월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표결을 거쳐 대표이사 선임을 마무리한다.
(왼쪽부터)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60),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58),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62), 임헌문 전 KT매스총괄 사장(63).


이번 발표를 두고 업계에선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많다. 당초 유력 후보자로 거론된 윤진식 전 장관과 김성태 전 의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 중량급 인사들이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당 의원, 관료 출신들로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하며 현 정부와 인연이 깊다. 이에 따라 최종 1인 대표 후보까지 거론되던 인물이다. 특히 구현모 현 KT 대표 사퇴가 사실상 여권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 만큼, 여권 출신 후보자의 선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됐다.

하지만 KT 이사회는 정치권의 직간접 압력에도 압축후보자를 KT 전현직 임원으로 꾸리면서 '강단'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관련 업계에선 인선자문단이 압축 후보자 심사 때부터 엄격한 기준을 세워 사실상 정치권 유력자를 배제한 것으로 분석한다.

KT 대표 선임 프로세스. KT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표이사 임기 만료 3개월 전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후보 심사 대상자를 선정하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후보 심사 대상자들을 심사하게 돼 있다. 이후 선정된 대표 후보자를 놓고 주주총회 절차 거쳐 최종적으로 대표가 선임된다./자료=KT

앞서 후보 심사대상자를 선정하는 KT 이사회내 지배구조위원회는 사내·외 후보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위해 경제·경영·리더십·미래산업·법률 분야의 외부 전문가 5인으로 인선자문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는 권오경 한양대 석좌교수, 김주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신성철 정부 과학기술협력대사(전 카이스트 총장),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 등 5인이다. 인선자문단은 국민연금과 30대주주, KT노조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 KT 대표상(像)으로 △ICT 전문지식 △KT 관련 업무 경험 △KT 미래비전 제시 △노사관계 발전 등을 제시했는데 사실상 KT 전현직 임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KT 이사회가 두차례 경선과정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정치권 압박에 상당한 반감을 가진 것 같다"면서 "인선자문위에 현정권과 인연이 있으면서 주관이 강한 인사들을 포진시켰고 엄밀하게 원칙과 명분을 세워 외부인사들을 합리적으로 쳐낸 것같다"고 말했다.

KT 안팎선 긍정적..."누가되도 좋아" "막판까지 고심했을 것"
이날 압축후보자가 발표되자 KT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KT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변화'보다 '안정'을 우선하는 분위기"라며 "외부 잡음은 최소화하되 현 대표의 경영철학과 체제를 이어갈 수 있는 전현직 KT 후보자를 선임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KT 관계자는 "숏리스트 모두 KT 내부에서 평가가 좋고 회사 사정에 밝아서 임직원들 사이에서 신망도 두터운 것으로 안다"며 "이 정도면 합리적인 후보군이며 결론적으로 누가 돼도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KT 외부평가도 비슷한 분위기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정치권 외부인사 배제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했을 것"이라며 "(압축후보자 면면은) 의외지만 KT 미래와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전현직 임원 출신들이 차기 KT 대표로서 (정치권 인사보다) 훨씬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4인 중 최종 후보자 1인이 선출되더라도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 등 주주들을 설득하는게 과제다. 연임을 노리던 구 대표가 낙마한 만큼 현재 분위기만 보면 국민연금 반대로 최종 후보의 낙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워낙 변수가 많았던 경선인 만큼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지금까지는 국민연금이 압축 후보자 4인을 반대할 특별한 명분은 없어보인다"면서도 "그간 국민연금 행보를 보면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최종 후보자는 자신의 경영역량 및 비전을 충분히 어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설득이 과제, 반대 명분 없지만 여전히 변수

KT 이사회는 면접 심사 기준도 마련했다. 이번 대표이사 후보 면접 심사 기준은 △DX 역량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가치 제고 △ESG 경영 강화 등이며,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이 같은 기준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하고 대표이사 후보자들을 결정할 계획이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공정성·투명성·객관성 강화를 위해 공개경쟁 방식으로 대표이사 선임프로세스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사내·외 후보자군 뿐만 아니라, 인선자문단 명단, 면접심사 대상자 등 각 단계별 진행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또 "다음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한 심사기준에 맞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며 "이후 이사회에서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할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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