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갭투자 가능" 오픈톡방…내게 전세사기 친 그 사람

이소은 기자 2023. 3. 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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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아직도 오픈채팅방에서 또다른 피해자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세입자 증언대회·토론회'에는 그간 논란이 됐던 '빌라왕 김대성' 사건, 인천 미추홀구 사건 등 대규모 사기사건 외에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사기피해 사례들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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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A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무갭투자 관련 채널이 다수 개설돼있다. /사진=이소은 기자


"전세사기를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아직도 오픈채팅방에서 또다른 피해자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세입자 증언대회·토론회'에는 그간 논란이 됐던 '빌라왕 김대성' 사건, 인천 미추홀구 사건 등 대규모 사기사건 외에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사기피해 사례들이 소개됐다.

경기도 화성시 한 다세대주택을 전세계약한 30대 A씨도 이중 하나다. A씨는 계약 전 국세체납확인서, 근저당 등 필수로 확인해야 하는 서류를 모두 확인했다. "안심할 수 있는 집"이라는 공인중개사 말까지 듣고서야 그간 모은 돈 4500원에 대출 1억2500만원을 더해 1억7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계약 일주일 뒤 얼굴도 모르는 바지사장으로 임대인이 변경됐고 그 이후로 등본 상에 계속 압류, 세금체납이 걸렸다. 이제는 경매 낙찰을 받는 방법 밖에 없는데 대출 받아 돈을 마련하고 다시 매도하는 과정에 대한 걱정이 크다.

A씨는 "10년 간 일도 못 쉬고 모은 돈이 전셋집에 묶여있고 내년에는 청약 당첨된 집 입주도 앞두고 있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출산정책, 청년정책, 실업급여 등 받은 혜택 하나없이 세금만 잘내고 살았는데 사기로 인한 빚만 남았다"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당시 본인을 중개했던 공인중개사가 여전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무(자본)갭투자' 상담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며 관련 화면도 공개했다. 해당 중개사는 A씨에게도 건넸던 명함을 채팅방 메인화면에 버젓이 걸어놓고 부동산 상담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무갭투자는 계약초기부터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가 없는 상태로 자기 자본 없이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현황을 보면 전체 의심사례 1776건 가운데 60%에 육박하는 1048건이 '무갭투자'로 인한 사고였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 세입자 증언대회 및 토론회. /사진=이소은 기자

A씨 사례 외에도 무갭투자 관련 상담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무분별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현재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무갭'을 검색하면 60여개 오픈채팅방이 나온다. 무갭투자한 집을 팔아주겠다는 방부터 무갭투자 할 사람을 구한다는 방까지 다양하다. 정부가 '무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고 전세사기 근절에 나섰지만 여전히 사기꾼들은 교묘하게 다음 피해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정부가 발표한 '전세사기대책'으로는 이미 발생한 피해자를 구제하고 앞으로 발생할 피해를 예방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빌라왕 김대성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 이철빈씨는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신규 전세계약 체결 시 저리대출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부부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하는 등 비현실적 요건으로 지원대상이 극히 제한돼있다"며 "요건을 철폐하거나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 안상미씨도 "저리대출의 용도도 전세보증금으로 한정돼있는데 용도를 '주거'로 확대해서 낙찰을 받든, 매매를 하든, 민간임대나 공공임대를 가든, 월세를 살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피해자들은 임대인이 변경 사실을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할 것과 부득이하게 전셋집을 낙찰 받는 경우 취득세 감면 및 생애최초대출 금리혜택 사용을 유예해줄 것, 전세보증보험 가입 전세가율을 70%까지 하향조정할 것 등을 대책 개선을 요구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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