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준공 신탁 '경고'… 공정률 5% 이상 지연 9개월 새 2.4배 늘어 '116곳'

정영희 기자 2023. 3. 1.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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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 현상이 심화되거나 오래 지속되면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 상품의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신탁사는 현재까지 토지(개발) 신탁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시공사 부실 시 책임준공 의무 이행이나 사업 진행을 위한 자금 투입 등을 이유로 위험 요인에 노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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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부동산 신탁사가 건물 준공 전반을 책임지고 담당하는 책임준공형 관리형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부동산 침체기가 장기화될 경우 위험 관리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28일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신탁사 개발사업상품 중 최근에는 신탁사가 사업비를 직접 마련해 유사시 금전적 타격이 일시적으로 강하게 올 수 있는 차입형보다 책임준공형 관리형의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사진=뉴스1
부동산 침체 현상이 심화되거나 오래 지속되면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 상품의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신탁사는 현재까지 토지(개발) 신탁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시공사 부실 시 책임준공 의무 이행이나 사업 진행을 위한 자금 투입 등을 이유로 위험 요인에 노출될 수 있다.

28일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시공사 부실위험이 부동산신탁사로 전이 시 위험 수준 및 대응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신탁사의 개발사업 규모는 약 88조원으로 추산됐다.

신탁사의 개발사업상품은 신탁사가 금융기관이나 시공사로부터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는 차입형과 신탁사가 건물 준공 과정 전반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을 부담하고 관리하는 책임준공형 관리형(이하 책준형)으로 나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타 상품보다 수수료율이 높지만 부동산 경기에 따라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거나 공사가 미뤄지면 신탁사의 자금 사정이 한순간에 악화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책준형은 사업주체가 신탁사이므로 위험 부담이 낮고 사업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어 2016년 첫 출시 이후 책준형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책준형은 6조원, 차입형은 26조원 규모로 집계된다.

차입형은 미준공과 미분양 모두에 큰 타격을 받으므로 위험 수준이 책준형보다 높으며 발생 빈도 또한 잦다. 위험 발생 빈도가 극히 낮은 책준형의 특성상 적은 자기자본으로 많은 수주가 이뤄질 수 있다.

유사시 위험 총량은 차입형보다 책준형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말 기준 책준형 사업장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약정액은 자기자본의 최대 38배로, 사업 규모가 자기자본에 비해 큰 모습을 보인다.

여윤기 한신평 연구원은 "시공사 부실위험이 커지는 상황에 신탁사는 책임준공 기한을 지켜야 하는 압박이 존재한다"며 "책준형 상품 출시 이후 부동산 경기 호황이 지속됨에 따라 현재 대부분의 신탁사는 위험에 대한 경험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다수의 책준형 사업장에서의 공정률이 계획 대비 지연되는 모습을 보인다. 공정률이 5%포인트 이상 차이나는 사업장 수는 2021년 12월 48개에서 지난해 9월 116개로 증가했다. 전체 사업장 비중으로 보면 9개월 만에 1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책준형 사업에 참여하는 시공사의 시공능력이 차입형 대비 열위에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00위 이하의 시공사 비중은 책준형 70%, 차입형 16%를 각각 기록했다.

시공능력 500위권 이하 시공사 비율 또한 책준형에서 21%로 차입형 2%에 비해 10배 이상 높았다. 이들 시공사의 3년 평균 매출액은 332억원이며 영업이익 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적은 액수의 자기자본으로도 수주가 진행될 수 있는 책준형 사업의 특성상 수익구조가 열악한 사업장이 많은 데다 외부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미흡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부동산 경기 변화와 부동산 신탁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미이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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