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마녀재판, 욕망의 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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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2년 2월, 식민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교 어촌마을 세일럼(Salem)의 두 소녀가 바늘에 찔리는 듯한 통증에 몸을 뒤틀고 괴성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켰다.
훗날 사학자들은, 세일럼 마녀재판을 계기로 증거재판주의의 가치가 부각됐고, 미국이 신정주의(theocracy)의 무거운 사슬을 끊고 세속주의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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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2년 2월, 식민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교 어촌마을 세일럼(Salem)의 두 소녀가 바늘에 찔리는 듯한 통증에 몸을 뒤틀고 괴성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켰다. 원인을 찾지 못한 마을 의사는 ‘마녀 소행’이라고 진단했다. 어른들의 추궁에 소녀들은 바베이도스 출신 흑인 하녀 ‘티투바(Tituba)’와 구걸로 연명하던 가난한 여인(Sarah Goode), 교회를 다니지 않던 한 노파(Sarah Osborne)를 자신들에게 마법을 건 마녀로 지목했다.
3월 1일 세 여성이 마녀로 기소됐고, 자백하지 않으면 교수형이라는 위협에 티투바가 먼저 거짓자백을 했다. 하지만 유사 증상의 환자들이 잇달아 생겨났고, 마녀 피의자들의 자백과 밀고가 이어졌다. 두 달여 사이 약 200여 명이 기소돼 19명(남성 5명)이 실제로 처형당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 그렇게 시작됐다.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건 천사를 믿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던 시대였다. 정치-종교 권력의 변방이라는 미국 청교도 공동체의 열등의식이 저 미신적 도그마에 더 집착하게 했고, 토지 소유권 등을 둘러싼 마을 유력자들 사이의 알력도 마녀사냥을 부추겼다.
사태를 방관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던 주 총독 윌리엄 핍스는, 그해 10월 자기 아내마저 마녀로 지목당하자 “무고한 시민이 어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됐다”며 칙령으로 마녀재판 법정을 해산시켰다. 그렇게 마녀사냥이 끝났다.
집단 발병 원인은, 맥각균에 감염된 호밀로 만든 빵이 일으킨 맥각중독이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확증적이진 않다. 훗날 사학자들은, 세일럼 마녀재판을 계기로 증거재판주의의 가치가 부각됐고, 미국이 신정주의(theocracy)의 무거운 사슬을 끊고 세속주의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약자(소수자)를 배제함으로써 심판 권력을 중심으로 무리를 결속하는 마녀사냥은, 다수의 침묵과 동조 속에, 세속화한 형식과 양태 속에 본질을 감춘 채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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