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10년만에 최고… 전세가율은 11년만에 최저

정순우 기자 2023. 3. 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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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부동산 경고음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10년여 만에 7만가구를 넘어섰고, 건설사들이 사업을 꺼리면서 주택 신규 분양은 작년의 10분의 1로 줄었다. 집값 선행지표로 통하는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도 1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를 풀고 있지만, 시장에선 갈수록 경착륙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복합 침체가 장기화하면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분양 7만5000가구, 10년 2개월來 최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359가구로 전월(6만8148가구)보다 10.6% 늘었다. 2012년 1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많다. 특히 지방의 미분양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 주택의 84%(6만3102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지역별로는 대구(1만3565가구), 경북(9221가구), 충남(8653가구) 등 순이다. 수도권 미분양은 1만2257가구로 지방의 5분의 1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5만6859가구였던 미분양 주택은 청약 시장 활황에 힘입어 2021년 9월 1만3842가구까지 줄었지만 이후 점차 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수요가 끊긴 작년 8월 이후로는 매달 5000~1만가구씩 급증하고 있다.

미분양이 급증하자 건설사들이 사업을 꺼리면서 주택 공급 관련 선행지표들은 일제히 급감했다. 지난 1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1425가구로 작년 1월(3만9614가구) 대비 45.9% 줄었고, 분양(1852가구)은 90.7% 급감했다. 경남의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미분양 위험이 큰 데다 대출 금리와 공사비도 치솟았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는 가급적 신규 사업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건설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분양가 인하 등 업계 자구 노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정부도 고민하겠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지난달 7546가구로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율도 11년 만에 최저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주택 수요를 가늠하는 지표인 전세가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1.2%로 2012년 1월(51.2%) 이후 11년 1개월 만에 최저다. 지난해 11월(53.9%) 이후 4개월 연속 내림세다. 전세가율이 낮으면 주택 수요자들이 집을 사기보다 전세로 거주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고,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주택 매수 수요가 줄어든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42.5%로 서울 25구 가운데 가장 전세가율이 낮았고, 용산구(43.2%), 송파구(45.3%), 서초구(45.9%) 같은 규제 지역들이 낮았다. 집값이 저렴한 중랑구(59.1%)와 성북구·강북구(57.3%), 금천구(56.9%)는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60%를 넘은 곳은 없었다. 주택 수요가 회복 국면이던 2016~2017년엔 서울 평균 전세가율이 70%를 웃돌았다.

집값 하락세 속에 전세가율이 떨어진 것은 대출 금리 인상으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가면서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KB 조사에서도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값은 3.26% 내렸는데, 전셋값은 6.51% 하락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전문위원은 “부동산 경착륙이 경기 침체를 부추기고 그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2차 충격을 받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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