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물량 84%가 지방에…흔들리는 중소 건설사들

심윤지 기자 2023. 2. 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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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보다 증가 속도 가팔라”
‘1만3565가구’ 쌓여있는 대구
2월 신규사업 승인 ‘전면 중단’
대형 건설사는 자금 여력 있지만
중소·중견업체 물량 감당 못해
종건사 폐업 신고 9년 새 ‘최다’
시행·시공·하도급 줄도산 우려

올해 1월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이 7만5000가구를 넘어선 것을 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증가 속도가 빠르고, 지방은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들이 도산위기에 처하고, 부동산에 투자한 금융사까지 연쇄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미분양 물량 매입은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국토교통부가 28일 발표한 ‘1월 주택통계’를 보면 우선 미분양의 절대규모 자체도 문제지만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미분양 증가폭이 가파른 점이 가장 눈에 띈다. 1월 미분양물량 7만7359가구 가운데 지방은 6만4102가구로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지방의 미분양이 가속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8일 “미분양이 심각했던 2008년(약 16만가구)에 비하면 아직 절반 수준이지만 증가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줄도산 우려가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3월이 1차 고비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중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좋은 분양성적을 내는 곳도 나타나고 있긴 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 물량이 많긴 하지만 입주까지 시간적 여유와 자금여력이 있어 현재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리 해외건설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여 국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보다 원자재 가격과 노임 등이 크게 올라서 올해는 더 힘들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반면 지방에 기반을 둔 중소건설사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지방 미분양 중 가장 많은 물량을 차지하는 대구(1만3565가구)는 지난 2월 신규 주택사업 승인을 전면 중단했다. 통상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해 신규분양 물량을 조절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사업승인 중단을 선언한 것은 대구가 처음이다.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들로 구성된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대구에서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다”며 “중견 건설사 한 곳이 무너지면 시행사, 시공사, 하도급 업체의 연쇄부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변경·정정·철회 포함)는 362건으로 2013년(404건) 이후 가장 많았다. 시공능력평가 202위 우석건설과 388위 동원건설산업 등 중견 건설사도 포함됐다.

지방에서 사업을 수주한 대형 건설사들도 잇따라 철수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440억원의 손실을 감당하면서도 울산의 주상복합 아파트 시공권을 포기했다. 시장침체와 금리부담을 감안할 때 미분양에 따른 수익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사업을 정리한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당분간 지방 재건축 사업에는 쉽게 손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분양받을 사람들의 열기가 떨어져 있고, 주변 시세와 분양가가 마찰을 빚으면서 미분양이 늘어났을 뿐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미분양 매물을 사들이라는 것은 반시장적이며 건설사들의 자구노력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심형석 미IAU 부동산학과 교수(우대빵부동산연구소 소장)는 “수도권은 물량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만 문제는 미분양이 해소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지방”이라며 “지방은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주거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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