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與전대와 조합장선거… 봄은 멀었다

박종현 2023. 2. 2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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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8일 큰 선거 2개 동시에 치러
비전은 뒷전… 진흙탕싸움 똑같아
전국 당원·조합원들 회초리 들어
정치현장서도 새로움 돋아나길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국민 입장에서는 한겨울에 마음 둘 곳도 마땅치 않았다. 미·중 갈등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나라 밖은 물론, 서울 여의도와 행정수도 세종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울함의 극치다. 출산율은 최저 기록을 세웠고, 중앙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은 그동안 그러했던 것처럼 저들만의 리그에서 혈투를 펼쳤다.

이제 3월이다. 복수초와 홍매화 등 봄의 전령사가 남도를 포함해 곳곳에서 새로운 계절을 알려온다. 정치 현장에서도 새로움이 돋아날까.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와 전국 1347개 농협·수협·산림 단위조합장을 뽑는 3·8 선거가 코앞인데, 정치 현장에서도 봄내음이 전해질까. 현재로서는 비관적이다. 두 선거에 나선 입후보자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닮은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박종현 사회2부장
유권자를 배려하지 않는 그들만의 욕망 표출은 차고 넘친다. 먼저 여당 전대를 일부 복기해보자. 비전은 오간 데 없는 상황에서, 삼류 정치의 전범이 펼쳐지고 있다. 가령 ‘김장연대’와 ‘김나연대’ 등의 어설픈 조어와 조합이 판치더니, 신영복 교수와의 인연이나 제주 4·3 사건을 둘러싸고는 철 지난 ‘종북좌파’ 논란이 재소환됐다.

못난 정치다. 미래를 예상하지 못한 국가와 사회는 좌절했던 게 역사의 교훈이다. 비전·미래를 고려한 지도자와 국가는 선방했지만, 그러지 못한 세력은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세계를 호령했던 강대국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가 아시아에서 보여줬던 사례를 소환해보자. 영국은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협상을 통한 소프트랜딩 방식의 철수를 택했다. 프랑스는 바뀐 세월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가 베트남과 전쟁을 치러야 했다. 영국은 자국민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었으며, 말레이시아와 우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프랑스는 베트남에서 철수해야 했으며, 많은 인명 피해를 보고 말았다. 프랑스보다는 훨씬 약하지만, 힘이 있다고 착각하는 듯한 여당의 전대에서 ‘프랑스의 패착’ 기운이 스멀거리고 있다면 과장일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언론의 감시가 덜한 상황에서도 혼탁 사례가 여럿 드러나고 있다. 현직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과 오작동 선거운동 방식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단위조합장의 연봉이나 대우 등은 지역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 정도로 좋다고 한다. 이런 막강한 권한을 지닌 조합장을 뽑는데, 선거운동 기간은 짧다. 토론회나 연설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도 할 수 없다.

경남 한 지역에서는 현직 조합장이 불출마를 대가로 입후보 예정자에게 1억원의 금품을 제공하려고 했다가 경찰에 고발됐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2월22일까지 전국에서 200여건의 탈법행위가 적발됐을 정도다. 조합원들에 기부품목으로 전해진 한우, 홍어, 전복 등이 애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조합원들의 친밀도를 고려하면 위법행위는 넘치고 넘칠 개연성이 크다. 선거환경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있다. 조합장 선거는 여러모로 현직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인데, 이는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현직 조합장을 의식한 국회의 방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여당의 전대와 조합장 선거는 다른 성격을 지닌 게 분명하지만, 비전을 내팽개치고 욕망을 드러낼 때는 한없이 유사하다. 대표를 뽑는 것이나 조합장을 선출하는 것이나 도긴개긴 처지다. 늦었지만, 더 이상 오작동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남은 일주일 동안이라도 후보들은 헐뜯기를 멈추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이들이 당선돼야 한다. 우리 정치권이나 단위조합장 선거에서도 올곧은 전령사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복수초와 홍매화보다는 정치나 선거가 전해주는 봄소식이 더 따뜻하고 새로울 것이다.

후보자들이 이번에도 정신을 못 차리면 유권자들이 나서야 할 처지이기는 하다. 국민의힘 당원과, 지역조합원들이 다시 한번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비전 없는 후보자에게 제대로 된 채찍을 때리자. 그래야 3·8 전대와 조합장 선거가 봄햇살을 드러낼 것이다.

박종현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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