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꼭꼭 숨은 문화재에 밝은 빛을 비추는 매장문화재조사원

한겨레 2023. 2. 2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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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한국문화재재단

매장문화재는 땅속에 묻혀 있는 문화재를 말한다. 고고학에서는 발굴 대상이 되는 유물이나 유구, 유적을 매장문화재로 구분하고 있다. 조상이 남긴 매장문화재를 통해 우리는 선조의 삶이 깃든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고, 글로 남지 않은 수많은 사실도 알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문화재를 찾아내고 이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이어나가고자 땅을 파고 흙을 터는 이들, 매장문화재조사원의 업무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나리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재조사연구단 중부조사팀. 사진 본인 제공

Q. 땅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 문화재를 어떻게 발굴하고 조사하는지 늘 궁금했어요. 문화재 조사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세요.

A. 보통은 매장문화재를 발굴조사한다고 말합니다. 조사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땅을 파지 않고 땅 위에 나타난 유물과 유적을 확인해서 매장문화재가 분포된 유무를 판단하는 지표조사를 실시합니다. 역사와 민속, 자연환경에 대한 문헌조사와 땅 위에 흩어져 있는 토기나 자기, 조각 등의 자료를 근거로 땅속에 묻힌 유적을 추정하는 현장조사를 하는 거예요. 이렇게 지표조사를 통해 매장된 문화재의 존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발굴조사를 시작합니다.

Q. 다시 말해 발굴조사는 땅을 파서 문화재가 정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거군요.

A. 조사는 다시 표본, 시굴, 정밀발굴로 나눠집니다. 표본조사는 건설공사를 하게 될 땅에서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매장문화재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지역)이 면적의 2% 이하일 경우, 문화재청의 발굴 허가를 받지 않고 매장문화재의 종류와 분포를 표본적으로 조사하는 거예요. 시굴조사는 면적의 10% 이하일 경우고요. 표본조사와 시굴조사는 굴착갱을 설치해 조사하고 있어요.

그리고 정밀발굴조사는 공사면적 전체를 굴착해서 조사하는 겁니다. 참관조사는 건설공사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매장문화재조사원이나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등 매장문화재와 관련한 전문가가 현장에 참관해 문화재의 출토 여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조사고요.

*표본조사 : 건설공사 사업 면적 중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면적 2% 이하의 범위에서 정밀발굴조사 및 시굴조사에 따른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조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발굴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매장문화재의 종류 및 분포 등을 표본적으로 조사하는 것.

*시굴조사 : 건설공사 사업 면적 중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면적의 10% 이하의 범위에서 매장문화재를 발굴하여 조사하는 것.

Q. 조사원님은 최근에 어떤 지역을 조사하셨나요?

A. 최근에는 충청남도 부여군 구교리 174-10번지 현장을 조사했어요. 먼저 지도를 중심으로 지형을 분석하고, 주변에 있는 문화재를 검토하는 사전조사를 한 뒤 세부계획서를 작성해서 문화재청에 허가를 받아 조사를 시작했답니다. 부여 구교리 현장은 시굴조사 중 삼국시대 백제의 유구(집터, 고분, 건물터 등 옛사람들이 이뤄놓은 구조물)가 있는 문화층이 확인돼서 정밀발굴조사로 바꾸었어요.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Q. 정밀발굴조사를 하려면 말 그대로 땅, 흙과의 싸움이겠어요.

A. 그렇죠. 일단 시굴조사를 통해 알게 된 땅의 모양과 상태를 바탕으로 가장 윗부분의 흙을 제거한 뒤 문화층(유물이 있어서 과거의 문화를 아는데 도움이 되는 지층, 유구확인층은 당시 사람들이 생활한 지층면을 말함)의 윗부분 흙을 제거하면서 유구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흙을 제거할 때는 굴삭기를 이용하지만, 유구가 확인되면 사람의 힘으로 유구를 노출시켜요. 유구는 굴광선(과거에 땅을 팠던 흔적이 남은 선)을 확인해서 내부토(내부에 있는 흙)를 순차적으로 제거합니다. 그리고 토층을 확인하기 위한 둑을 설치하고, 내부토가 어떻게 쌓였는지 그 모양을 파악합니다.

야장(야외 조사 내용을 자세하게 기록하는 것) 기록과 도면 작성, 측량 등 조사 내용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그 과정을 사진으로 촬영하면 현장조사가 마무리돼요. 이후 학술 자문회의 및 전문가 검토회의 등을 통해 유적의 시기와 처리 방향을 논의하고 현장을 복토(발굴 전 상태와 같이 복원하는 것)하여 조사를 끝냅니다.

Q. 조사가 끝난 뒤 발굴된 유물들은 어떻게 되나요?

A. 발굴된 유물은 세척하고 복원을 거쳐서 출토유물 목록을 작성해 정리해요. 발굴조사가 완료된 뒤 20일 이내에 약식 보고서를 제출하고, 2년 안으로 유구 및 유물의 도면과 사진, 원고가 기록된 정식 보고서를 발간한답니다. 유물은 ‘유물 선별회의’를 개최해서 주요한 문화재라면 ‘국가귀속문화재(보존가치가 있어 국가에 귀속한 매장문화재)’가 되고요.

Q. 매장문화재를 발굴하고 조사하는 전 과정을 보고서로 옮기는 것도 연구원의 중요한 업무라고 들었어요.

A. 그래서 현장조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 모든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답니다. 현장조사를 할 때 야장에 유구나 유물의 특징을 세세하게 메모하거나, 사진을 꼼꼼히 촬영해두면 보고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물론 그 모든 것의 기본은 안전이고요.

Q. 발굴한 문화재 중에서도 특별하게 애정이 가는 유물도 있을 것 같아요.

A. 2021년도에 조사한 충청남도 금산 중도리 173-10번지 유적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인면문 암막새가 기억에 남아요. 암막새는 목조건축물 지붕의 기와 끝에 사용되었던 기와인데요, 수막새와 세트예요. 이 암막새의 드림새 부분에 환하게 웃는 표정이 새겨져 있는 거예요. 조사 당시연구원들도, 함께하는 인부 어르신들도 귀엽다며 함박웃음을 지어서 현장조사가 즐거운 분위기로 마무리된 게 기억에 남아요.

충청남도 금산 중도리 173-10번지 유적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인면문 암막새. 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한국사능력시험으로 역사적 소양을 기르고, 대학에서는 고고학과, 문화재학과, 박물관학과 등 문화재 관련 학과에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세요. 그리고 조사 현장이 전국, 전 지역이기 때문에 운전할 일이 많아요. 운전면허증을 미리 취득해두는 걸 추천해요. 보고서 작업을 위해 여러 가지 도면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포토샵이나 CAD(Computer AidedDesign), 일러스트레이터 등 컴퓨터 활용 능력을 배워두는 게 좋고요.

Q. 매장문화재조사원으로 일하면서 필요한 자질이나 적성도 꼽아주세요.

A. 고고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의 자긍심,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사실에 기반해 추론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체크할 수 있는 꼼꼼한 성격, 업무를 수행할 때 팀원과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적극적인 자세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또 문화재 발굴조사는 대부분 야외에서 이뤄져요. 덥고 추운 계절의 변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답니다.(웃음) 뱀이나 두꺼비, 노루 같은 야생동물과 마주해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고요. 이렇듯 자연이 선사하는 생각지 못한 상황도 즐길 수 있는 긍정적인 자세와 체력이 받쳐준다면 금상첨화죠.

Q. 그렇다면 앞으로의 매장문화재 발굴사업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현직자가 보는 문화재 산업 전망의 명암도 알고 싶어요.

A. 이전에는 조사 현장에서 확인되는 유구를 도면에 직접 그려 기록하고, 유물도 손으로 실측했다면 지금은 대부분 드론으로 촬영하고 컴퓨터작업으로 도면을 그리고 있어요. 유물 역시 3D 스캔으로 측정하고요. 하지만 여전히 로봇이나 기계가 해줄 수 없는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판단하는 작업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2000년대 이후 국가에서 매장문화재 지원 사업에 예산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고, 근래에는 문화재 활용도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밝은 전망을 예상합니다.

Q. 매장문화재조사원이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활동이 있을까요?

A. 내가 사는 지역의 박물관에서 유물을 많이 보고, 전시 해설을 들으면서 관람하는 게 제일 좋아요. 국립문화재연구원 홈페이지에서 경주, 부여, 가야, 나주, 중원, 서울, 완주 등 지방별 연구소로 들어가면 지역별 유적을 볼 수 있고, 국립문화재연구원 유튜브 채널에서는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답니다.

방학 때는 여러 박물관이나 매장문화재 관련 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체험활동에 참여해보는 것도 도움이 돼요.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운영하는 문화유산채널과 같은 유튜브 채널 영상을 가볍게 시청하면서 이 직업의 업무를 알아보는 것도 좋답니다.

그림 MODU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제공 한국문화재재단 • 참고 자료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재조사연구단 홈페이지(www.chf.or.kr/cprc), 국가문화유산포털(www.heritag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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