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지식과 기술로 지난날의 영광을 되찾다! 문화재보존과학전문가
민족의 혼과 얼이 담긴 문화재를 미래로
문화재 보존과학은 쉽게 말해 과학기술로 문화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이다. 미래의 후손에게 선조들이 만들어낸 역사와 문화를 전하려면 문화재가 훼손된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훼손된 원리를 알아야 가능한 한 본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출토되는 유물의 양이 많아지고, 환경오염에 따라 훼손이 심해지면서 문화재의 보존 처리를 전담하기 위해 2009년에 문화재청이 설립한 국가기관이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는 여러 재질의 문화재를 과학적으로 조사 및 연구하면서 상태를 점검하고 재료를 연구하며 보존 처리와 조사 연구를 담당한다. 또한 보존과학 신기술을 개발해 문화재청 소속기관, 보존 처리 기관, 민간 업체와 대학 등 국내는 물론 국외에도 관련 기술을 교육하고 지원하고 있다.
8가지 문화재 재질에 맞춰 보존·복원
문화재의 종류는 크게 금속과 도기, 토기, 석조, 벽화, 목재, 지류, 직물로 나뉜다. 문화재의 재질에 따라 보존 및 복원 방식이 다르지만 대부분 처리 전 조사와 분석, 유물 세척과 보강, 강화 작업, 복원, 처리 후 기록의 단계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동합금이나 철제 등 금속문화재의 경우 매장된 환경과 문화재의 재질에 따라 손상 정도가 다르고 발굴한 뒤에는 환경 변화와 공기 중의 부식 인자 때문에 손상이 더욱 빨라진다. 따라서 보존 처리를 할 때는 추가 손상을 방지하고 유물의 원형을 복원하는 것이 중점이 돼야 한다.
금속문화재를 보존하려면 먼저 문화재의 재질, 크기, 형태와 구조, 부식 정도를 조사하고 성분을 분석한다. 그 뒤 유물 표면의 흙과 이물질, 부식물을 제거하고 세척한다. 세척이 끝나면 더 이상 부식되지 않도록 유물을 특정 용액에 담가 안정화 처리를 하고, 재질을 강화하기 위해 아크릴수지에 유물을 담근다. 만약 유물이 균열되거나 파손됐다면 아크릴 수지, 에폭시 수지 등으로 유물의 원형을 복원하고 표면과 비슷하게 색을 맞춰 칠한다. 마지막으로 수분을 제거할 수 있는 재료와 함께 포장해 유물의 보존 처리를 마친다.
■문화재보존과학전문가에게 듣는 직업 이야기
“탄탄한 기초 계획이 문화재를 단단하게 보존할 수 있어”
정혜영 학예연구사(벽화문화재 보존 처리 및 조사)
Q. 벽화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은 벽화가 그려진 현장에서 진행하나요?
A. 현장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손상이 너무 심하거나 보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분리한 뒤 센터 내부에서 복원하고 문화재가 있던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원칙이죠. 벽화를 조사할 때는 비파괴 조사(벽화를 떼어내거나 손상시키지 않고 조사하는 방법)를 통해 재질과 크기, 구조를 분석해요. 그리고 현미경이나 적외선 카메라, 안료 등으로 벽체의 흙층, 그림이 그려진 채색층 등 구조를 조사해 어디가 취약하고 불안정한 부분인지 진단하죠.
벽화 표면의 오염물을 제거한 뒤에는 그림이 떨어지거나 없어진 부분을 메워줍니다. 이때 최대한 원래 유물과 비슷한 재질의 메움제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물질의 성질이 다르면 보존했을 때 오히려 더 손상되기도 하거든요. 이후 균열이 있는 곳, 그림이 떨어져나간 곳은 접착제를 사용해 강화 처리를 하고 가장 비슷한 색상을 칠해 색 맞춤을 합니다. 없어진 부분에 그림을 그려 채워넣는 게 아니라 색을 칠해서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만드는 거죠.
Q. 모든 과정이 중요하겠지만, 그중에서도 더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요?
A. 담당자로서 보존 처리의 방향과 범위를 계획하는 게 어렵고도 중요한 부분이에요. 유물마다 손상 범위도 다르고 그림이 그려진 바탕도 흙부터 나무, 종이까지 천차만별인 데다 물감의 재료도 무척 다양하죠. 손상 원인도 제각각이고요. 지금은 부석사 조사당 벽화를 작업 중인데요, 일제강점기 시대에 조선총독부가 조사당 건물을 해체해서 수리하던 중 벽에서 철거됐고, 표면의 균열 등을 석고로 보강했어요. 그런데 당시 보존 처리한 부분 때문에 보존과학적인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더욱 많이 생겼죠. 어떤 방식으로 보존 처리를 할지 보존과학전문가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작업하고 있답니다.
Q.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학예연구직 공무원으로 일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A. 먼저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일하고픈 분야의 석사학위가 필요해요. 현직자의 전공은 문화재보존과학 외에도 화학과 재료공학, 환경공학 등 매우 다양한 편이죠. 그리고 박물관이나 문화재와 관련한 연구소 등의 기관에서 3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답니다. 문화재보존과학에 관심이 생겼다면 우리 센터의 ‘생생보존처리데이’ 등의 진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면서 문화재를 보존하는 일에 대해 미리 사명감을 갖고 꿈을 키워보길 바라요!
“꼼꼼한 눈썰미, 세심한 손길, 우직한 끈기가 필요한 업무”
송정원 연구원(지류문화재 보존 처리 및 조사)
Q. 지류문화재는 얇은 종이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문화재보다 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류문화재를 보존 처리하는 과정을 알고 싶어요.
A. 전적, 그러니까 요즘의 책과 같은 형태의 옛날 책을 예로 들어볼게요. 일단 눈으로 보면서 그 꾸밈의 형태, 유물의 크기, 손상 상태를 기록하고 사진 촬영을 해요. 유물에 사용한 재질과 안료 성분을 분석하기 위한 기초조사를 한 뒤에는 해체를 합니다. 그리고 표면의 먼지와 오염물을 붓으로 제거해서 세척해요. 유물에 따라 물에 담그거나 물을 뿌려서 세척하기도 하죠. 찢어지거나 없어진 부분에 붙일 종이는 유물의 재질과 두께를 고려해서 가장 비슷한 종이를 사용해서 보강하는데요, 천연재료로 염색해 색감까지 비슷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없어진 부분에 새 종이를 풀로 붙이는 거죠. 보강한 부분은 최소한의 색 맞춤을 하고, 다시 실로 묶어 책 형태로 만듭니다. 이게 한 권의 전적을 보존 처리하는 과정이에요.
Q. 연구원님이 처음 복원 작업한 문화재는 무엇이었나요?
A.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 입사하자마자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보존 처리의 마무리 작업에 참여했어요. 낙서하듯 붓을 놀린 부분, 수결(조선시대 관직이나 양반들이 성명 또는 직함 아래에 자필로 쓴 표기. 오늘날의 서명이나 사인에 가깝다)을 연습한 부분, 장군의 필체로 쓴 ‘필사즉생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으리라는 뜻의 이순신 장군의 좌우명)’를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Q. 첫 작업이 국보라니! 오래도록 기억에 남겠어요. 문화재보존과학전문가가 되려면 본인이 담당하고픈 문화재 분야를 미리 정하는 게 좋다고 들었어요. 연구원님은 어떤 전공이었나요?
A.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 중에서 각종 서화류를 보존하고 복원, 모사(사물을 형체 그대로 그리는 것)하는 모사공을 전공했어요. 그리고 보존 처리 쪽에 좀 더 관심이 생겨서 이 직업에 도전하게 됐고요. 다행히 병풍과 같은 회화류 문화재에서 그림이 사라진 경우 그 부분의 색을 채우는 데 색채 감각이 도움이 되고 있죠. 자격증이 필수는 아니지만 석사 이상의 학위는 취득해야 합니다. 보존과학, 금속공학 등 재질에 대한 이해를 갖춘 전공이면 충분해요.
Q. ‘이런 친구들에게 문화재보존과학전문가가 어울린다’고 짚어주신다면요?
A. 꼼꼼하게 기록하는 걸 좋아하고, 또 잘하는 친구여야 해요. 약간 강박적으로요.(웃음) 차분한 성격에 엉덩이가 무거워 한자리에 앉아 몇 시간이고 작업하는 집중력도 필요하답니다. 문화재는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게 중요하지만, 옛 모습을 많이 잃은 경우에는 비슷한 시대의 유물을 조사해 그에 맞춰 만드는 작업을 거칩니다. 청소년이라면 먼저 박물관과 문화재 현장에서 문화재를 많이, 자주 보며 ‘문화재 전문 심미안’을 길러보세요.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바림, 국가문화유산포털 • 참고 자료 문화재보존과학센터(www.nrich.go.kr/conservation),국가문화유산포털(www.heritag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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