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고단함 단 한 가지 처방은? [기자의 추천 책]

나경희 기자 2023. 2. 28. 08:2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기 〈뉴요커〉에서 '대단한 청탁'을 받은 한 작가가 있다.

"〈뉴요커〉 폰트로 보면 어떤 모습일까? 삽화가 있을까? 어떤 삽화일까? 아버지의 옛날 사진을 달라고 할지도 몰라." 그러는 동안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한 그는 상상하는 데 싫증이 난 나머지 마침내 글을 써 내려간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추천하는 책] 〈시사IN〉 기자들이 꼽은 인생 책. 최근 읽은 책 가운데 한 권을 소개합니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소개됩니다.
〈계속 쓰기: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옮김
마티 펴냄

여기 〈뉴요커〉에서 ‘대단한 청탁’을 받은 한 작가가 있다. 작가는 글을 쓰기 전부터 자신의 이야기가 실릴 지면을 떠올리며 벅찬 감동을 느낀다. “〈뉴요커〉 폰트로 보면 어떤 모습일까? 삽화가 있을까? 어떤 삽화일까? 아버지의 옛날 사진을 달라고 할지도 몰라.” 그러는 동안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한 그는 상상하는 데 싫증이 난 나머지 마침내 글을 써 내려간다. 몇 년이 지난 뒤 그가 〈뉴요커〉에 실렸던 자신의 글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폰트도, 삽화도, 사진도 아니었다. “해가 뜨기 전 새벽, 침실 책상 아래쪽 브로드웨이를 지나는 차들의 불빛과 어둠 속에서 빛나던 컴퓨터 화면이다.”

매주 기사를 마감하는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다만 내 기사가 실릴 지면을 떠올릴 때마다 ‘벅찬 감동’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새어 나가는 한숨’을 느끼곤 한다. 한숨을 쉬는 데 질려버린 나머지 겨우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게 아니야.’ ‘문단 순서가 이상하지 않아?’ ‘뭐야, 무슨 나무위키를 베낀 것 같잖아.’ 조롱과 불신이 쏟아지면 이를 회피하려고 어느새 의자에서 일어나 서성이는 나를 보게 된다. ‘쓰레기통이 꽉 찼네?’ ‘청소기 돌릴 때가 됐는데.’

대니 샤피로는 말한다. “파도가 다가와 당신을 덮칠 것이고, 그러고 나서 물러날 것이다. 당신은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을 것이다. … 만약 어느 순간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있던 당신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앉아서 튤립을 심고 있거나, 제일 좋아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왜 그러고 있는지 모른다면, 그 파도가 승리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글을 쓸 때 겪는 거의 모든 증상을 알고 있다. 그리고 단 한 가지 처방을 내린다. “계속 쓰기:나의 단어로.”

“하지만 글을 쓰는 삶은 답을 주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좋은 면은, 글을 쓰는 당신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으리라고 안심시켜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