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검증 책임 외면한 채 “학폭 근절” 지시…윤 대통령의 유체이탈[윤 정부 인사 참사]
또 ‘개인 책임’ 사안 축소만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교육부에 학교폭력(학폭) 근절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자녀 학폭 논란으로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을 취소한 뒤에도 논란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논란의 핵심인 인사검증 부실 문제를 두고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교육부는 지방 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학폭 근절 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날 연세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도 “산업현장 법치를 세우는 것처럼 교육현장에도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간의 질서와 준법정신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방적, 지속적, 집단적 폭력은 철저히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참사’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줄기다. 학폭과 3심까지 이어진 전학처분 취소소송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부실 검증, 2차 가해와 지연 소송까지 이어진 학폭 사태 자체다. 윤 대통령 메시지는 전자에는 침묵, 후자는 적극 대처로 요약된다. 부실 검증 책임론에는 선을 긋되 여론 악화를 고려해 학폭 근절 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전날 정 변호사 임명 취소를 두고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이도운 대변인)고 밝혔다. ‘사과’나 ‘유감’ 표명은 하지 않았다. 검증 부실 논란에서도 개인 책임을 부각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사전질의서에 (학폭 관련 사항을) 정확히 기재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자녀 문제가 있고 그런 소송에 관련돼 있으면 공직에 나서는 것이 옳았는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인사 라인 문책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사퇴에서 임명 취소까지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책임론은 확산일로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이 단계별 검증을 진행한 만큼 기본적인 송사 파악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 보도와 관련 소송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당시 인권감독관이던 정 변호사와 함께 일할 때 진행됐다. 당시 같은 지검에 근무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등도 이를 모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 난맥상이 윤 대통령의 뚜렷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 없이 흘러가는 사례는 축적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사 난맥상을 두고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검증 실패 → 낙마 → 책임론 선긋기’가 반복됐다.
유정인·유설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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