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 문어’의 비밀 밝히나

커다란 문어 한 마리가 한가롭게 헤엄치는 수조 안, 갑자기 직육면체 형태의 투명 상자 2개가 문어의 머리 위에서 내려온다. 투명 상자를 본 문어는 기다란 다리를 천천히 움직이며 이동하더니 독일 국기가 그려진 상자에 착 달라붙어 뚜껑을 연 뒤 식사를 즐긴다. 이 문어의 이름은 ‘파울’.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전을 포함해 독일이 출전한 7개 경기의 승패를 모두 맞힌 ‘점쟁이 문어’다.
파울의 ‘신통력’은 재미있는 우연이지만, 과학계에서는 문어를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지적인 생명체로 본다. 하지만 이처럼 ‘명석한’ 문어의 뇌 구조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못했다. 뇌파 분석이 필요하지만, 문어가 워낙 똑똑한 데다 긴 다리까지 갖고 있어 피부에 뇌파를 감지하는 전극을 붙이면 잡아 뜯어버렸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럿은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OIST) 연구진이 머리 좋은 문어의 뇌파를 사상 처음으로 포착했다고 지난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날아다니는 새의 움직임을 파악하도록 설계된 무선 전극과 데이터 기록장치를 활용했다. 이 장치들을 작은 플라스틱 튜브에 담아 문어의 뇌 부위 중 ‘수직엽’과 ‘전두엽’에 이식했다. 실험에 이용된 문어는 ‘낮 문어’라고 불리는 ‘옥토퍼스 시아네아’ 3마리였다. 이 문어는 다 자라면 팔 길이가 80㎝에 이른다. 연구진은 “이 부위는 문어의 뇌에서 시각적인 학습과 기억을 관장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실험 때 나타난 뇌파를 지금까지 알려진 과학적인 이론으로는 원활하게 해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일부 뇌파는 포유동물에서 나오는 패턴과 비슷했지만, 또 다른 일부는 과학계에서 알려진 적이 없는 패턴이었다. 연구진은 “향후 문어에게 반복적인 기억이 필요한 작업을 하게 해 뇌파와의 연관성을 추가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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