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인사검증, 법무부가 담당…한동훈 장관 ‘책임론’[윤 정부 인사 참사]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정순신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57·변호사)의 검증을 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기능을 넘겨받은 인사정보관리단은 ‘부실 검증’ 책임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조직을 관할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도 관리 책임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윤희근 경찰청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정보위원회에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인사검증 권한이 어디에 있느냐’는 의원 질의에 “국수본부장 임명 과정에서 경찰청은 인사검증 권한이 없고 검증 결과를 보고받을 뿐”이라며 “(법무부로부터 정 변호사) 인사검증 결과 ‘아무 문제없음’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 변호사를 단수 후보로 추천한 경위에 대해 “3명의 후보가 있었는데 (정 변호사를 포함한) 2명은 인사검증에서 ‘문제없음’으로, 다른 한 명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통보받았다”며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 변호사를) 추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청장 발언은 정 변호사에 대한 검증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담당했고, 경찰청은 법무부로부터 ‘이상 없다’는 검증 결과를 통보받아 단수로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보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정 변호사) 1차 검증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하고, 최종 검증은 용산 대통령실을 거친다”고 했다. “경찰에서도 검증이 있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날 설명과 배치된다.
거취 질문받은 윤희근 “고민은 늘 하고 있다”
경찰청이 정 변호사를 추천하기에 앞서 대통령실과 협의한 사실도 확인됐다. 윤 청장은 이날 정보위에서 ‘용산 대통령실과 사전협의가 있었냐’는 야당 의원들 질의에 “사전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답했다고 윤건영 의원이 전했다. 경찰청이 대통령실 의중을 반영해 정 변호사를 추천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유상범 의원은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었냐’는 질문에 윤 청장이 “별도로 대통령실의 요청을 수용한 것은 아니고, 의견교환을 통해 적격자를 추천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경찰 내부에선 윤 청장에 대한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 재직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정 변호사가 ‘사전 내정’됐고, 윤 청장은 이에 맞춰 형식적인 추천만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경찰 내부망에는 “이번 소동은 순리를 거스르고 강행한 인사참사” “무능한 경찰청장임을 인정하고 용퇴하라” 등의 글이 이어졌다. “정권의 시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댓글도 있었다.
윤 청장은 앞서 국회 정보위에 출석하기 직전 ‘퇴진론에 따른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민은 늘 하고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인사검증 과정을 장악한 검사와 검찰 출신 인사들이 검찰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 검증 과정에서 제 식구에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결과라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검찰 출신이 장악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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