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정순신 봐주기 검증’ 의혹 증폭

강연주·이혜리 기자 2023. 2. 2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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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낙마로 26일부터 본부장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간 가운데 27일서울 서대문구 국수본 직원들이 출입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법무부가 정순신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변호사·57)에 대한 검증을 맡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법무부의 부실검증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검사가 주축인 인사정보단이 검사 출신 정 후보자를 상대로 ‘봐주기식 검증’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법무부가 정 후보자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알고도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은 이 문제가 5년 전인 2018년 11월 이미 보도됐다는 데서 출발한다. KBS는 비실명으로 보도했지만 문제의 ‘고위 검사’가 정 변호사라는 것은 이후 언론에도 알려졌다. 언론에도 알려진 것을 검찰이 모를 리 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 고위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27일 “검찰 간부의 비위 의혹이 보도되면 법무부·대검의 감찰부나 대검 범정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법무부 장관이나 총장에게 보고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평소 친분이 있는 경우 당사자가 지검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도 한다”고 했다.

더구나 당시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관감독관이었고,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대통령,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다. 법무부 인사정보단 소속인 김현우 부부장 검사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이었다.

정 후보자 아들은 2018년 7월 무렵 학폭 논란으로 강제전학 처분이 내려졌다. 이 처분 불복 소송의 대리를 정 후보자 사법연수원 동기(27기)가 맡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은 정 후보자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검찰 안팎에선 “적어도 정 후보자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정 변호사가 질문서에 기재하지 않아 아들 학교폭력 문제를 알 수 없었다’는 대통령실 해명을 두고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본인 가족의 송사 문제는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는 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실과 비슷한 해명을 했다.

이에 대해 전직 검찰 관계자는 “검증에 앞서 인사검증동의서를 받는 것은 검증에 필요한 개인이나 가족의 정보를 조회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세청에서 납세 관련 자료를 받거나 출입국관리소에서 출입국 자료를 받고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어 “검증은 당사자의 답변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 진위를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당사자가 답변하지 않거나 허위로 답변하더라도 진위를 밝히는 것이 검증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실은 정 후보자 자녀 문제까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정 후보자가 검찰 출신 인사이기 때문에 봐주기식 검증을 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에 큰 구멍이 생긴만큼 법무부든 청와대든 인사 책임자들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법무부의 불투명한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부는 지난해 5월 인사정보단을 출범하면서 ‘투명한 인사’를 명분으로 들었다. 당시 법무부는 “인사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인사정보단을 신설한다”고 했다. “인사검증 업무를 질문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재배치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뒤 정 변호사를 검증했는지에 대해서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도 “인사 검증 이후의 상황을 고려해 어떤 건 인사대상이라 말하고, 어떤 건 말 안 하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자가 성희롱 논란으로 사퇴할 때도 똑같은 태도를 취했다. 인사정보단 신설 이후 인사검증 대상을 밝힌 적도, 업무와 관련한 내용을 공개한 적도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는 정 후보자가 규정상 검증의 대상이냐 아니냐를 밝혀야지, 이것 자체를 확인 안 해준다는 태도는 어패가 있다”면서 “인사검증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법무부부터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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