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현실판"…정순신 아들 '학폭' 어땠길래
아들 '학폭' 판결문엔 "부모가 막고 있다"
정순신 변호사가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 씨는 2017년 유명 자립형 사립고에 입학한 후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한 동급생 A 씨를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8개월 동안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했다. 결국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정 변호사 측은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최종 패소했다.
당시 진행된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2018년 3월 2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 회의에서 정 변호사 측은 아들의 학교폭력이 '언어폭력'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다면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는 것.
소송대리인 역시 "A씨가 주장하는 언어폭력 정도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일반적으로 A씨와 같은 피해를 본다고 보기 어렵고 본인의 기질이나 학업 관련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며 언어폭력과 A씨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정 변호사 측이 아들의 진술을 직접 지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고등학교 교사는 2018년 6월 29일 강원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회의에서 정 씨의 진술 번복을 지적하며 "반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 씨 부모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해 2차 진술서는 부모가 전부 코치해서 썼다"고 전했다.
또한 "부모가 많이 막고 계신다"며 "1차로 진술서를 썼는데 바로 부모의 피드백을 받아서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해 다시 교정을 받아오는 상태다. 부모를 만나고 오면 다시 바뀌는 상태"라고 적었다.
동급생들은 정 씨가 당시 현직 검사였던 정 변호사를 언급하며 "아빠가 아는 사람이 많은데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진술했다.
정 씨의 언어폭력으로 피해자 A 씨는 정 씨의 이름만 들어도 몸이 떨리는 불안 증세를 겪었다. 또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중등도 우울 에피소드, 공황장애 등의 입원 치료를 받았을 뿐 아니라 2018년 2월부터 학교에 가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심부터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피해자는 고통을 받는 가운데 A 씨가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은 더욱 커졌다. 학폭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현실판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왜 국민들이 '더 글로리'에 열광했겠느냐"며 "상식과 정의를 저버리는 모습을 갚아나가는 부분에 국민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아들의 학폭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대처 과정에 법조 권력을 동원해 아들을 변호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라며 "한마디로 '더 글로리' 현실판"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이에 동조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학 처분에 불복해서 소송까지 간 건 아비가 한 짓 아니냐"며 "게다가 집에서 애한테 도대체 뭔 소리를 했길래 애가 '우리 아빠 아는 사람 많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는 얘기를 하고 다니나"고 쏘아붙였다.
한편 정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들 문제로 송구하고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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