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노태우·YS·DJ 아들 모였다… “우린 싸우지 말자”

김민서 기자 2023. 2. 27.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지만·노재헌·김현철·김홍업 처음 함께 식사 “두쪽난 정치판 단합 보여주자” 의기투합

지난 16일 전직 대통령 아들 네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인 박지만(65) EG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58)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64)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73)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등이다. 이들 네 사람은 “우리끼리는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들 네 명이 한자리에 모인 건 처음이다. 김현철 이사장은 26일 본지에 “극단적 정치 갈등, 정치 대립이 너무 심한 상황인데 대통령 2세들만이라도 단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며 “우리끼리는 싸우지 말고 앞으로 이런 모임을 자주 갖자고도 했다”고 말했다.

네 사람 중 박지만 회장을 제외한 3명은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고 한다. 김홍업 이사장의 경우 지난 24일 서울 상도동 김영삼도서관에서 열린 문민정부 출범 30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김현철 이사장과 김홍업 이사장,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인 전재국(63) 음악세계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기 파주에서 열린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에 함께했었다. 이번 모임에 전재국 회장은 불참했다.

이들의 아버지들은 한국 현대사에서 인연과 악연으로 얽혀 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가택 연금 등을 겪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 동지였지만 대선 등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쿠데타 및 광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과 관련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법 처리했다. 전직 대통령인 아버지의 고초는 아들의 삶의 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들 네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계기는 박지만 회장이 제공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서울 상도동 김영삼민주센터에 기부금 100만원을 두 번 냈다. 김현철 이사장은 “기부금 내주신 분들 명단을 나중에 확인했는데 ‘박지만’이라는 이름을 보고 설마 ‘그 박지만은 아니겠지’ 싶어 확인을 했더니 맞았다”며 “놀랐고 감사했다”고 했다. 박 회장 연락처를 모르는 김 이사장은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을 통해 박 회장에게 연락해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 요청을 했는데 박 회장이 수락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식 당시 사진을 보면 박 회장은 김 이사장이 있는 유족석 바로 뒷줄에 노재헌 이사장과 함께 서 있다.

김 이사장은 “박지만 회장을 아버지 추도식 행사가 열린 날 처음 봤다”며 “이후 우리끼리는 한번 모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했다. 연락이 된 전직 대통령 아들 4명의 첫 식사 자리는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사진은 찍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사석에서 박지만 회장과 만난 건 처음”이라며 “매우 편안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네 사람 중 나이가 가장 어린 노재헌 이사장에게 총무를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김홍업 이사장님이 큰 형님, 박지만 회장이 둘째 형님, 내가 셋째를 하기로 했다”며 “다음 번 모임엔 전재국 회장도 부르고 다른 대통령 아들들도 함께 보고 싶다”고 했다.

김홍업 이사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윗대 어른들 일은 어른들 때 일이고 우리 2세들은 서로 경조사도 챙기고 연락도 하면서 지내왔다”며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것 아니냐. 우리 모두 각자 힘든 일을 겪었고 어려웠던 사정을 잘 이해한다. 그러니 밥 한 끼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박지만 회장도 행사 때 종종 본 적이 있다”며 “우리끼리 식사 한번 해야 하지 않느냐고들 해서 이참에 넷이서 같이 본 것”이라고 했다.

모임의 명칭은 없다고 한다. 얼마나 자주 만날지도 정해진 게 없다. 네 사람 이외의 전직 대통령 아들들도 부를 생각이라고 한다. 김 이사장은 “우리 네 사람은 연령대가 비슷한데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50)씨 등 다른 대통령 아들들은 1970년대생”이라며 “일단은 우리가 먼저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다른 대통령 아들과도 함께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건호씨는 1973년생,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는 1978년생, 문재인 전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는 1982년생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적 성향과 세대가 달라도 ‘대통령 아들’이라는 특수한 지위 때문에 주변 사람들한테 말 못할 고민이 많지 않았겠느냐”며 “아버지들은 정치를 하느라 반목했지만 아들끼리는 ‘동병상련’ 처지에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