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우니까 꺼져라”… 판결문으로 본 ‘정순신 아들’의 학폭
“야, 더러우니까 꺼져라.”

2학기에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기숙 생활을 하는 학교에서 A씨는 1학기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다른 방에 배정됐다. 해당 학교는 방을 배정할 때 학생들로부터 ‘같이 방을 쓰고 싶은 친구들’과 ‘방을 같이 쓰고 싶지 않은 친구들’의 의견을 각각 받았다. 이 같은 방식 때문에 일부 기숙사 방은 ‘기피 대상자’로 지목된 학생들로만 구성됐다. A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A씨가 다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정씨의 방을 찾을 때면 정씨의 짜증이 시작됐다. 정씨는 “너는 돼지라 냄새가 난다”, “넌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A씨를 보란 듯이 무시했다. 정씨가 지나치다고 생각한 다른 학생이 정씨에게 따로 항의하자, 정씨는 “걔는 왜 그렇게 친구를 못 사귀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나랑 너무 잘 안 맞는다”고 대답했다.

급기야 A씨는 정씨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한때 상위 30% 수준이었던 A씨의 내신 성적은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떨어졌다. 2017년 12월 말 치료를 받으러 찾아간 정신과에서는 공황장애와 극단적 선택 위험 진단을 받았다. 다음해인 2018년 2월부터는 정상적으로 학교에 출석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3월 7일, A씨는 학교에 서면으로 정씨의 학교폭력 행위를 신고했다.
위의 내용은 A씨의 신고를 받은 뒤 학교 측이 작성한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3월 22일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는 정씨에 대해 전학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당시 학폭위에 출석한 정 변호사 부부는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며 ‘언어폭력’이라는 점을 방어 논리로 세웠다. 정씨 본인 또한 “(A씨 등 피해를 본) 두 친구에게 모두 말이 거칠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무 말이나 막 던지고 했던 점이 죄송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학폭위원은 “이 자리는 가해 학생이 깊이 반성하고 진실을 모두 말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정 변호사 부부는 학폭위의 전학 조치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2개월 뒤인 2018년 5월 열린 강원도 학생징계조정위원회는 정씨의 전학 처분을 취소했다. A씨 부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강원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는 정씨에게 전학 처분을 내렸다.
◆교사들도 “정씨, 전혀 반성 안 해”…대법원 최종 패소
눈에 띄는 것은 두 번의 재심에서 해당 자사고의 교사들 또한 “정씨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증언을 쏟아냈다는 점이다. 한 교사는 “(정씨가) 서면 사과문을 A4 용지 3분의 1 정도 분량으로 제대로 된 서식 없이 써갖고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사실 저희는 정씨가 반성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어 “원고가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자기가 동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A씨 같은 경우에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봐서 굉장히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정 변호사 부부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2019년 4월 대법원까지 간 끝에 최종 패소했다.
1심 당시 정 변호사 부부는 “피해 학생이 주장하는 언어폭력 정도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일반적으로 피해 학생과 같은 피해를 입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본인의 기질이나 학업 관련 스트레스가 피해 학생의 상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고의 선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전의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피해 학생에 대해 한 행위는 피해 학생에게 모욕감과 수치심을 유발시키고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잔혹한 행위”라며 “원고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피해 학생에게 학교 폭력을 행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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