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아기 질식사 시킨 어린이집 원장 “고의 없었다”
재판 참석한 어머니 “가해자, 3개월 넘도록 사과조차 안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학대로 숨졌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해자는 우리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어요.”
지난해 11월 경기 화성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범죄로 숨진 천모군(사건 당시 생후 9개월)의 어머니인 보티 늉(26)은 지난 2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이날 수원지법에서 열린 어린이집 원장 A씨(60대)의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뗐다.
그는 지난해 11월3일 아들 천군을 A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맡겼다. 학생 신분으로 학업을 이어 나가야 했던 그는 정기적으로 대학원에 가야 했다. 남편은 당시 허리를 다쳐 육아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잠깐 맡긴다는 생각에서 보낸 어린이집에서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A씨는 같은 해 11월3일부터 10일까지 천군이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머리와 몸을 신체로 누르는 등 25회에 걸쳐 학대했다.
A씨는 사건 당일인 11월10일 천군을 엎드린 자세로 눕힌 후 머리까지 이불과 쿠션을 덮고 그 위에 엎드려 14분 동안 압박했다. 이후 의식이 없는 상태로 3시간가량 천군을 방치했다. 천군은 압착성 질식 등으로 끝내 숨을 거뒀다.
“주변에서 A씨의 어린이집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 믿고 맡겼어요. 근데 그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처음에는 너무 충격이 커서 폐쇄회로(CC)TV를 볼 생각도 못하고, ‘이렇게 살아 뭐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는 아직까지도 당시의 충격이 사라지질 않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 아이는 왜 내 옆에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아이가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구해달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 잠자리에 들 수조차 없어요.”
그는 사건 이후 가해자의 태도에 분노하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사람으로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심지어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이런 참담한 소식이 알려져서 저와 같은 비극을 겪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일 열린 A씨의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 첫 재판의 방청석 맨 앞줄에 앉았다. 남편과 나란히 앉은 그의 품에는 아들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이날 A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피해자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살해 고의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현재 A씨에 대한 엄벌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4만5000여명이 서명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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