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700억 규모 부산 다대포 개발도 '올스톱' 위기

김민경 기자 2023. 2. 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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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한파에 삐걱대는 '부산 다대포 드림'
최대 연 18%에 브리지론 400억 원 모집
불발시 3700억 일시상환···공매 가능성도
다대포 마린시티 개발사업 조감도
[서울경제]

브리지론 규모만 약 3700억 원에 달하는 부산 다대포 개발사업(다대 마린시티)이 삐그덕대고 있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동·서부산 균형발전(다대 뉴드림 플랜)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민간 사업인데 최근 부동산 금융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투자자 구하기가 여의치 않은 탓이다. 착공 시 1조 원이 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이 필요한 미니 신도시급 사업이지만 인허가를 받기 전부터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26일 부동산 개발업계에 따르면 다대 마린시티 개발사업은 현재 400억 원 규모 추가 브리지론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트렌치는 6개로 나눠 선순위는 약 9%, 최후순위는 시공사인 제일건설 보증으로 18%를 제공하는 조건이다.

이번에 모을 자금은 기존 3700억 원 규모의 브리지론에 대한 이자 지급 등에 쓰일 예정이다. 기존 투자자는 지역 새마을금고(2000억 원)와 하나증권·교보증권·BNK투자증권·제일건설(1700억 원) 등이다. 이 중 일부가 지난 1월 18일 브리지론의 첫 만기가 도래하자 자금 회수를 희망했다. 우여곡절 끝에 기존 투자자들은 400억 원의 신규 자금 확보를 전제로 오는 4월 20일까지 재연장해주기로 했다. 추가 자금 확보가 불발되면 최악의 경우 공매로 넘어간다.

2716A25 부산 다대 마린시티 개발사업 개요 16판

다대 마린시티 사업은 옛 한진중공업 부지(다대동 370-11 일원) 약 5만 4074평에 미니신도시급 해양복합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한진중공업 공장이 폐쇄된 후 10년 이상 방치돼 서부산 내에서도 조속한 개발이 필요한 부지로 꼽힌다.

이 부지에는 주거, 호텔, 업무 시설 및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지역의 주요 시행사인 HSD와 전라도 기반 중견 시공사인 제일건설이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주거용지에는 해운대 마린시티 규모와 비슷한 약 6100세대가 들어서 미니신도시를 방불케 할 전망이다. 부산권 해양관광거점과 문화복합형 신도시를 선보이겠다는 것이 이번 사업의 취지였다.

야심 차게 시작된 사업이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금융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원재료와 공사비가 급증한 가운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률이 떨어지자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차환용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리지론 단계에서 자금난에 봉착한 대규모 개발사업은 다대 마린시티만이 아니다. 시행사들은 부동산 활황기인 2020년~2021년 앞다퉈 브리지론으로 자금을 조달해 토지 매입에 나섰다. 만기가 1년~1년 반 정도로 짧은 브리지론은 통상 토지 매입 대금과 시행사 운영비 등 착공 전 필요 자금을 조달하는 용도다. 실제 착공까지 리스크가 있기에 본 PF보다 고금리에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 2금융권이 대주단으로 참여한다. 금융사들도 PF 주관권을 확보하기 위해 브리지론에 자기자본을 잇따라 투자했다. 브리지론에서 PF로 전환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투자자 이탈이 거세지자 시행사들은 자기자금으로 이자와 수수료를 지불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등 버텨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용산구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의 주차장 부지는 개발 사업을 진행해온 이든 센트럴 한남 PFV는 만기가 돌아온 브리지론 2210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오는 4월 28일 공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루시아 청담 514 더 테라스 부지 역시 공매로 나왔다가 NPL(부실채권) 투자사 하나F&I가 참여해 가까스로 위기를 면했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관계자는 "그간 저금리에 힘입어 필요 자금의 120%씩 브리지론으로 조달해온 사업장들이 많아 금리와 공사비 상승 등 시장 환경 급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 시장도 보수적으로 돌아서 일부 좋은 사업장마저 투자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전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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